“재판없이 형무소 곧장 끌려가”
“재판없이 형무소 곧장 끌려가”
  • 고상현 기자
  • 승인 2017.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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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인천형무소 희생자 실태 보고회…“죄명 언급않고 형 선고” 등 증언

“가족들과 함께 밥을 먹다가 군인들이 들이닥쳐 형제들을 총 쏴 죽였습니다. 저 역시 도망 다니다가 잡혔는데 ‘빨갱이’라고 하면서 재판도 없이 형무소로 끌고 갔습니다.”

28일 오후 제주시 이도1동 하니호텔에서 열린 ‘제주 4‧3 인천형무소 수형희생자 실태조사 보고회’에서 당시 16살이었던 양근방(84) 할아버지가 군‧경에 의해 강제로 인천형무소로 끌려가던 때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양 할아버지는 “너무 어려서 폭도나 빨갱이에 대해서 몰랐는데 어처구니없이 형무소에 끌려갔다”며 “그곳에서도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렸고, 이후 7년형을 다 마치고도 사회의 냉담한 시선에 시달렸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날 보고회에는 김순이 시인의 진행으로 제주 4‧3 사건 당시 10대의 나이에 재판 없이 인천형무소로 끌려간 수형생존자 양근방, 양일화, 박동수, 현창용 할아버지의 증언이 있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자신들이 왜 끌려갔는지조차 제대로 알 수 없었다고 했다. 현창용(85) 할아버지는 “형무소에서 죄명도 정확히 얘기 안 해주고 형을 선고했다”며 “나중에야 ‘내란죄’라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양일화(86) 할아버지는 “장기 구경하다가 ‘불법 집회’했다며 끌고 갔다”고 했다.

이들은 억울하게 아무런 이유 없이 형무소에 끌려가 형을 마친 뒤에도 ‘연좌제’에 시달렸다. 현창용 할아버지는 “딸이 법무부에 취업을 했는데 내가 국가보안법 위반 전과가 있어서 취소됐다”고 말했다. 박동수(85) 할아버지는 “최근까지도 공문서에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이 남아있다”며 “가족들이 연좌제로 고생했는데 죽기 전에 말소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강미경 4‧3진상조사단 조사연구원은 이날 보고회를 통해 “총 408명의 인천형무소 수형희생자와 유가족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하면서 대부분이 아직도 명예회복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지금 10명의 생존자가 살아있는데 하루빨리 이들에 대한 법적인 명예회복 조처와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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