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로 토론하고 물어보는 학습 방법
높은 호응 속 참가 학생 점점 늘어
애월중학교는 올해 제주형 혁신학교인 ‘다혼디배움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혁신을 통한 비상(飛上)을 준비하고 있다. 한 번에 멀리 날지는 못하겠지만 여러 번에 걸쳐 조금씩 날아갈 것이다.
혁신의 작은 날갯짓이 지난 10일 있었다. 이른바 ‘하브루타 공부방’ 개소식이다. 지역에 변변한 학원이나 독서실 등이 없어 방과 후 자율학습을 실시해 오고 있었다. 자율학습이 강제라면 문제지만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하는 것을 말릴 수는 없다. 지역 여건을 고려하면 필요할 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이왕 하는 거 참여도와 효율성을 높여보자며 머리를 맞댔다. 결론은 ‘하브루타 공부방’이었다. 하브루타의 본래 뜻은 ‘짝을 지어 질문과 대화·토론 및 논쟁하는 것’을 의미한다.
유대인들은 탈무드를 공부하며 하브루타 방법을 적용하다가 일상생활까지 확대한다. 유대인들은 이를 통해 특기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전체 노벨상 수상자의 22%를 차지한다. 세기적 천재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아인슈타인 등이 유대인이라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하브루타가 갖고 있는 우수성을 우리 아이들에게도 적용해 보고자 교장으로서 하브루타 공부방을 제안하게 됐다. 3학년 부장 선생님은 “원래 우리 아이들은 자유롭게 서로 질문하면서 공부를 해 왔다”며 선뜻 받아들였다.
자율학습하면 대개는 독서실처럼 조용히 공부하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조용히 공부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모르는 것을 물어보고 가르쳐 주면서 공부하는 것도 필요하다. 오히려 조용히 공부만 하는 것 보다는 어느 정도 내용정리 한 다음 서로 질문하고 대답하고 애매한 부분은 서로 공유하며 함께 문제를 풀어 가면 더 이해도 빠르고 기억에 오래 남게 된다.
스스로 공부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학습부진학생인 경우에는 더 필요하다. 기초가 돼 있지 않으면 혼자서는 이해를 할 수 없고 외우기만 하기 때문에 학습효율성이 떨어진다. 그런데 같이 공부하면 친구들이 이해하기 쉽게 가르쳐 주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아이들에게 내가 아는 것을 가르쳐 주며 학습 동기유발과 자존감 향상에 도움이 된다.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도 자신이 아는 것을 다른 친구에게 가르쳐 주다보면 알고 있는 지식을 정리하면서 확실하게 알게 되거나 잘못된 것을 보완하기도 한다. 한 번 가르쳐 준 것은 나 혼자 습득한 것보다 훨씬 오래 기억을 하게 된다. 메타인지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어느 연구결과에 의하면 듣기만 한 것은 5%정도 기억하고 읽기는 10%, 보는 것은 20%, 토론을 하면 50%를 기억하고, 가르쳐 준 것은 90%를 기억한다고 한다. 다른 친구를 가르쳐 주면 손해 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더 큰 이익을 보게 된다는것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학교 도서관이나 야간자율학습시간에도 대부분 조용히 혼자서 공부한다. 친구들에게 모르는 것을 물어보고 싶어도 쉽지 않다. 그러나 우리 애월중은 이제 다르다.
애월중은 교사와 학생 간에 존중과 배려의 문화가 마련돼 있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친절하게 대한다. 학생들도 선생님을 존중하고 친밀하게 지낸다. 서로 신뢰하는 분위기에서 하브루타 공부 방법은 선생님들이나 학생들에게 낯설지 않았다.
하브루타 공부방안에서 자연스레 질문과 토론 및 협력학습이 이루어지고 있다. 아이들끼리 해도 안되면 선생님에게 찾아간다. 선생님은 친절하게 설명하여 준다. 하브루타에 선생님까지 참여하게 된다. 자율학습은 조용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벗어나 아이들의 시각으로 아이들과 함께 한다.
아이들은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조용한 공부방과 하브루타 공부방을 오가며 공부한다. 아예 하브루타 공부방에 처음부터 끝까지 있기도 한다. 선생님들도 교대로 참여하고 있다. 처음에 20명이 참여했다가 점점 수가 늘고 있다. 오늘도 애월중은 하브루타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