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고 기다리던 봄을 맞이하며
기다리고 기다리던 봄을 맞이하며
  • 강태영
  • 승인 2017.0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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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유행하고 있다는 인터넷 언어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초등학교 시절 ‘아기다리 고기다리 던’으로 시작하는 말장난이 있었다.

항파두리 항몽유적지를 담당하는 요즈음 그말을 실감하면서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봄을 노래하고 있다. 이제 곧 1만6000㎡의 대지에 펼쳐질 유채꽃과 항파두리성 주변에 바람따라 일렁일 청보리의 계절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역사에 대한 이해와 함께 사계절이 아름다운 유적지 환경조성을 통해 역사문화공원으로 자리잡기 위해 지난해부터 시작한 작은 사업이었지만 노심초사란 말이 떠오르는 지난 1년이었다.

특히, 그동한 꾸준히 제기되던 문화재 보호구역내 매입 토지 지역주민 활용방안을 마련해 나가는 과정은 얽혀있던 실타래를 푸는 것과 같이 꾸준한 인내와 긴장, 그리고 부담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안 되는 일이면 포기하겠지만, 할 수 있는 일은 약간의 시행착오를 감수하며 끝까지 해보자는 생각으로 문화재청과 관련부서와 협의해 경관작물 위주의 밭농업 경작 사용허가를 시작할 수있었다.

그 결과 지난해 가을부터 안오름 등 경관이 뛰어난 지역에서 지역 주민들이 직접 경작한 하얀 메밀밭을 볼 수 있었고 금년에는 청보리와 봄메밀에 이어 가을 메밀까지 감상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다. 그리고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펼치고 계신 지인의 조언과 도움을 받아 경남의 함안의 작은 마을 ‘강주’를 바꿔놓은 해바라기 재배방법을 소개받고, 소량의 씨앗을 기증받아 시작한 해바라기 꽃밭도 마땅한 계절화가 없는 여름철을 겨냥해 기대이상의 효과를 보기도 했다.

올해는 조바심을 버리고 긴 호흡으로 항파두리성 탐방로 조성과 신규 매입토지에 대한 더 세밀한 분석으로 문화재 원형 보존의 원칙하에 공공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더 나은 유적지 환경조성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래서 어김없이 찾아오는 사계절에 알맞은 꽃들이 피어나 우리 유적지가 고려말 제주역사를 담은 이야기와 아름다운 풍경으로 제주 서부지역의 대표적인 역사문화 관광지로 더욱 발전해 나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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