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제주상공회의소 5층 국제회의장에선 ‘청년이 웃는 도남 해피타운(행복주택)’ 주민설명회가 개최됐다. 하지만 참석자는 고작 50여명에 불과했다. 도남동마을회 등 지역자생단체 대부분이 참석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선(先) 결정 후(後) 의견수렴’을 하는 통과 의례식 설명회에 굳이 들러리를 서고 싶은 마음은 없었을 터다.
따라서 이날 설명회는 원희룡 도정이 제주발전연구원을 앞세워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요식(要式)행사로 전락했다. 토론에 나선 5명 중 4명도 ‘행복주택’에 대한 칭찬 일색으로, 사실상 찬성 입장에 무게를 실어줬다.
다만 양시경 제주경실련 센터장은 “사업 추진을 확정한다고 발표해 놓고 왜 이런 토론이 필요한지 의구심이 든다”며 비판을 가했다. 이어 행복주택 문제는 토지주와 도남 주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시민복지타운은 제주도의 공공토지로 도민들의 공동이익을 위해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덧붙였다.
도의 일방적인 사업 강행(强行)에 도남동마을회(회장 오재천)가 발끈하고 나섰다. 마을회는 17일 오후 긴급 운영위원회를 개최하고 강력한 반대 투쟁에 나서기로 결의했다. 마을회를 ‘시민복지타운 임대주택건설반대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는 한편 23일 비상대책위 현판식도 가질 예정이다.
이들은 원희룡 제주도정을 ‘독재도정(獨裁道政)’으로 규정했다. 앞으로 ‘행복주택 강행 반대 서명운동’에 나섬은 물론 독재도정 반대세력과 연대해 원희룡 지사에 대한 퇴진 운동도 강력하게 전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행복주택을 둘러싼 도와 지역주민 간 갈등의 골이 점차 깊어지는 모양새다.
‘명분(名分)’이 좋다고 모든 게 수용되는 것은 아니다. “행복주택 사업 강행은 ‘불행주택’으로 가는 첫 단계”라는 주민들의 경고를 결코 가벼이 여겨선 안 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낡고 비좁은 제주시청사 증·개축을 위해 450억원이란 막대한 돈이 투입되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시청사 부지를 어렵게 확보해 놓고도 주변상권 등의 압력에 밀려 그 자리에 눌러앉은 결과다.
이 같은 기가 막힌 상황을 과연 도민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눈이 있고 귀가 있다면 제주도정은 이에 대한 해명이나 답(答)부터 먼저 내놔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