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취 민원 급증 ‘천덕꾸러기’ 전락
축사시설 선진화로 악취 잡아야
“똥 돼지! 통시!” 지금 제주도민들이 이 단어들을 들을 때 어떤 반응이 나올까? 이주해온 사람들이나 젊은이들은 “무슨 말이지?”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토박이’ 어른들은 친근하게 느낄 것이다.
특히나 유년 시절을 중산간 지역에서 보낸 사람들의 경우 자신의 경험담을 무수히 쏟아낼 것이다. 돼지가 거주하는 재래식 화장실에서 일을 보다다 돼지가 머리를 흔들어 대는 바람에 발생했던 ‘불상사’는 물론 동네 잔칫날 돼지를 잡는 데서 얻은 돼지 오줌보로 축구했던 기억도 새로울 것이다.
지금은 흔해진 게 축구공이지만 그 시절엔 축구공 하나가 그렇게 귀했다. 축구공은 고사하고 조그만 고무공도 없어 보릿짚을 둥글게 엮어서 축구를 하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돼지 오줌보는 너무나 훌륭한 공이었다. 오줌냄새 때문에 보릿짚으로 바람을 불어넣고 신나게 차며 놀았다. 아주 질겨서 웬만해선 터지지 않아 좋았으나 문제는 헤딩할 때였다. 그 역겨운 냄새의 오줌보와 마주해야 했었다.
이렇게 돼지는 음식으로, 놀잇감으로 오래 전부터 제주인의 삶과 자연스럽게 문화적 차원으로까지 연결돼온 존재다. 물론 지금은 ‘흑돼지’라는 제주의 대표적인 지역 먹거리로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불편한 진실’은 현대인의 삶에 어디에나 존재하듯이 제주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축산악취로 많은 민원을 제기하고 있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더욱이 같은 동네에서 수십년 동안 같이 삶을 공존해온 축산업자와 주민 간에도 악취로 인한 갈등의 양상이 도를 넘어 지역공동체를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그래서 제주특별자치도는 지금까지 양돈의 품질 향상·악취저감 등 양돈의 선진화를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입해왔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에 약 1000억이 집중 투자됐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여전히 많은 우려와 문제가 존재하고 있다. 양돈장이 들어서 있는 중산간 지역을 중심으로 이주민이 많이 거주하게 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제주도와 양돈농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민원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축산 악취에 대한 민원은 2014년 306건에서 2015년 573건과 2016년 668건으로 2년새 2.2배로 늘었다. 한림·애월 등에서는 마을별 축산악취대책위원회를 구성, 지속적으로 주민의 청정환경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고 조례 개정은 물론 헌법소원도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이달초에 악취 저감을 위한 축사 등 시설개선 및 관리기준용역 최종보고회가 농어민회관에서 있었다. 환경부서와 축산부서 등 관계기관·전문가, 특히 축산농가와 지역주민이 함께하면서 많은 의견 개진과 발전적인 논의가 이루어진 자리였다.
자신의 입장만을 고집하는 일방적인 주장도 있었지만, 함께 축산악취를 해결해 보려는 다양한 의견들이 제기됐다. 제주의 양돈농가 스스로 자성의 목소리도 과거와는 확연히 다르게 커지고 있는 분위기도 느껴졌다.
환경을 총괄하는 국장으로서 제주 양돈농가에게 더욱 더 자발적인 인식 개선과 실질적인 행동을 부탁드리고자 한다. 물론 제주 축사환경의 선진화를 위해서 많은 노력이 있었음을 알지만 현실은 민원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 양돈시설의 선진화는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라 지금 당장 더욱더 함께 실천해 나가야 하는 매우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제주에서의 양돈 산업은 이제 개인의 수익적 측면에서만 접근하는 때는 이미 지났다고 본다. 가까운 이웃과 제주 도민, 나아가 관광객들을 위한 제주 브랜드 사업이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때다. 과거 ‘똥돼지’로부터 시작됐던 제주의 문화가 지금의 양돈 악취로 인해 사라지는 게 아쉽다.
2015년에 천연기념물 제550호로 지정되면서 제주인의 삶과 함께해온 제주재래흑돼지란 이름의 가치가 양돈냄새로 퇴색되지 않기를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