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어린이보호구역’ 이름 무색
불안한 ‘어린이보호구역’ 이름 무색
  • 문정임 기자
  • 승인 2017.03.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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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걸어요! 건강한 학교 가는 길’ 그런데…<2>
어린이 배려없고 차 위한 도로 사고도 발생
낡은 표식·안전보행 시설 미비 등 점검 필요
▲ 제주시내 한 초등학교의 후문입구에 붙여진 표지판들. 주변 간판과 연속적으로 배치돼, 운전자들의 즉각적인 감속을 유도하기에는 시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문정임 기자
▲ 주시내 한 초등학교의 스쿨존을 알리는 도로표식이 선명하지 않다. 문정임 기자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추진하는 1km 걸어서 등교하기(‘함께 걸어요! 건강한 학교 가는 길’) 캠페인이 문화로 정착하려면 통학로(학교에서 집까지의 길)가 우선 안전해야 한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통학로는 고사하고 주통학로인 ‘어린이보호구역’(주출입문 반경 300m이내)에서부터 운전자들이 감속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편집자주>

“후문 쪽요. 거기 도로라 좀 넓은데 차들이 빨리 달리고, 여기저기서 막 오기 때문에 어디를 봐야할 지 모르겠어요.”

“친구와 나란히 걷기 힘들고, 비올 때 우산을 쓰고 가다 차와 부딪힌 적도 있어요.” 

노형초등학교 3학년 김보연·김다정 양(가명)은 통학로 중 후문 주변을 가장 무서운 구간으로 꼽는다.

후문 삼거리를 지나 제주물류 사거리를 건널 때까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좌우를 살펴야 한다고 했다. 두 여학생의 말에 따르면 어린이보호구역인데도 차들이 속도를 많이 줄이지 않는 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나는 차를 세워 운전자 몇 명에게 물었다. 일부는 ‘학교 주변이기 때문에 속도를 줄인다’고 했다. 반면 일부는 ‘골목이라 서행하려고 노력할 뿐 어린이보호구역이라는 경각심은 크게 못 느낀다’고 말했다.

속도를 줄인다는 운전자들도 학교 건물을 보고 아이들이 있겠구나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어린이보호구역’에 들어섰을 때 어떤 시설이나 표지판에 의해 본능적으로 감속한다는 운전자는 만나지 못 했다. 왜일까.

제주시내 10여개 교를 방문한 결과, 대부분의 학교는 위치나 도로 사정에 관계없이 대개 비슷한 부속물들로 ‘이곳이 어린이보호구역’임을 알리고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인도를 따라 설치한 안전펜스. 그 위로 어린이보호구역을 알리는 노란 표지판과 무인CCTV가 있고 노면표시와 과속방지턱, 미끄럼방지포장 등이 세트처럼 시설돼 있었다.

모두 안전에 유의하라는 부속물들이기는 했지만 급커브와 같이 특히 주의가 필요한 구간에는 좀 더 시선을 잡아끄는 특단의 표시가 필요해 보였다.

어린이보호구역임을 알리는 시설이 노면표시밖에 없는 구간인데도 흰 페인트가 거의 벗겨진 곳도 만났다. 전봇대에 요란스럽게 붙은 어린이보호구역 알림판이 가로수에 묻히거나, 옆 가게의 화려한 간판에 가려 시인성이 크게 떨어진 곳도 있었다.

속도를 줄이라면서 과속방지턱에 볼륨감 없이 색만 칠해놓은 경우도 있었다. 건널목이 아이들 걸음으로는 너무 멀리 있어 무단횡단을 유도하거나, 커브 길인데도 반사경이 없어 아쉬운 구간도 눈에 띄었다.

모 초등학교의 방과후 강사 김서라(가명)씨는 “여러 학교를 다니지만 도로 상태에 따라 시설을 고민해 설치하거나 눈에 확 띄게 주의를 당부한 곳은 잘 보지 못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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