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감상실을 넘어 민주화 운동을 주도하는 대학생들의 토론 장소와 예술계의 증언의 공간으로도 기억되고 있는 다방. 소위 ‘다방문화’를 이끌어냈던 그곳은 1920년대 이후 종로, 명동, 소곡동 등지를 중심으로 생겨나면서 문화예술의 중심 역할을 했다고 한다.
특히 이중섭. 그에게 피난지에서 머물던 다방은 동료 예술가들과 어울리며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물론 배고픔을 그림으로 잊게 해줬던 공간이었다. 그런 그와 함께 다방에서 예술에 대한 열정을 피워냈던 예술인들의 꿈과 그리움 등을 느껴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이중섭미술관은 14일부터 다음달 23일까지 기획전 ‘다방 르네상스, 이중섭의 친구들’을 진행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중섭은 물론 그와 함께 활동했던 동시대 작가 작품 27점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동료 화가인 손응성은 “이중섭은 다방 한구석에 앉아 하루 종일 담뱃갑 속 은박지를 모아 골펜으로 여러 가지 그림을 그렸는데 파인 곳은 ‘세피아’로 채색을 하곤 했다”며 “며칠에 한번 씩 얻어먹는 식사지만 조금도 배고픈 낯을 하지 않았다. 그런 때를 무사히 넘기려고 아마 은딱지 그림을 수 없이 그린 모양이었다”라고 이중섭을 회고하기도 했다.
이중섭미술관 전은자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는 피난지 부산을 중심으로 다방에서 함께 전시를 했던 이중섭과 그의 친구들의 작품을 통해 한국미술의 발자취를 되돌아보고자 한다”며 “전시상황에서도 피난지를 근거지로 생활의 곤란을 넘어 ‘친구 따라 강남 갔던’ 이들의 우정과 로망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전시에 대한 기대를 전했다. (문의=064-760-35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