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아 ‘숫자’로 평가할 수 없는 가치
‘양육자의 공간’ 가족들까지 만족감
최근 자녀를 키우는 엄마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말 가운데 하나가 신조어 ‘독박육아’다. ‘고스톱’에서 고의든 아니든 규칙을 어겨 판을 끝나게 하거나 “고!”를 외쳤다가 실패한 1명이 바가지를 써서 모든 돈을 낸다는 ‘독박’에서 유래, 혼자서 육아를 뒤집어쓴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극한육아’ ‘육아독립군’ ‘전투육아’ 등 엄마들이 육아에 대해 얼마나 부담을 갖고 어렵게 생각하는지를 나타내는 말들도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신조어들은 육아가 더 이상 엄마 혼자의 몫이 아니라는 인식이 사회전반에 확산되고 있지만, 기대만큼 따라주지 못하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엄마가 아빠보다 육아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하는 상황에 대한 자조와 함께 육아를 도맡아야하는 엄마들의 버거운 ‘오늘’에 대한 하소연이기도 하다.
통계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남성육아휴직자는 2016년 7616명으로 전체 육아휴직자 대비 8.5%로 나타났다. 2015년 5.6%였던 것에 비하면 2.9%포인트 증가한 것이긴 하다. 하지만 나머지 91.5%를 채우는 육아휴직은 여전히 여성들의 몫이다. 맞벌이는 당연하지만 맞돌봄이 여전히 구조적으로 힘든 현실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최근 독박육아가 사회적 이슈로 거론되고 있는 이유는 주변의 도움 없이 혼자 하는 육아는 육체적으로도 힘들지만 혼자라는 부담감으로 더 힘겹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육아는 이제 더 이상 엄마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할 문제인 것이다. 공동육아가 확대돼야 하는 이유다.
제주YWCA는 지난해 수눌음육아나눔터를 개소했다. 제주특별자치도 양성평등 정책 ‘제주처럼’의 일환으로 조성된 수눌음육아나눔터는 마을에 힘든 일이 있으면 일시에 함께 모여 서로 돕던 제주의 수눌음 정신을 이어 육아를 엄마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지역사회가 함께 하는 사회적 돌봄 영역으로 확대하고자 시행되고 있다.
현재 제주YWCA 외에 총 10개의 나눔터가 조성돼 마을에서 이웃끼리 자녀를 함께 돌봄을 할 수 있는 자발적 지역돌봄공동체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상호교류를 통해 양육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키즈 카페 등에서 경험을 할 수 없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이용객들의 만족도가 비교적 높은 편이다.
혹자는 육아나눔터가 리모델링 및 운영비 지원 예산에 비해 이용객이 적다는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나눔터의 취지를 생각한다면 단순 이용객의 수치로만 평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수눌음육아나눔터는 우리의 미래인 자녀 양육의 문제이기 때문에 숫자(비용)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녀 양육으로 인해 사회적 단절을 경험하고 있는 양육자들에게 소통의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양육에 대한 정보를 교류하고, 양육 스트레스와 부담을 경감시키며 ‘건강한 양육’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본다.
특히 공동육아를 통한 스트레스의 경감은 결국 이용객의 가족들에게까지 만족감을 주고 있다. 또한 공동육아나눔터 제공을 통해 육아를 사회적 돌봄 영역으로 확대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수눌음육아나눔터의 운영은 단순한 양육 이상의 더 큰 사회적으로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이다.
물론 나눔터 활성화 방안 등에 대한 다양한 고민은 필요하다. 효과가 높을수록 좋은 사업이기 때문이다. 제주가족친화지원센터가 나눔터 컨설팅 및 운영자 역량강화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며, 개별 나눔터마다 특색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수눌음육아나눔터는 내 자녀를 잘 키우기 위함이 아니라 이웃과 함께 우리의 아이들을 잘 키우기 위함이다. 앞으로 수눌음육아나눔터를 통해 우리 아이들을 잘 키우는 육아공동체가 활성화될 수 있기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