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 대 보행자 사망자 중 46%가 노인
안전의식 제고·지시등 켜기도 중요
얼마 전 제주여행 온 성남 모 초등학교 여교사(26세)가 횡단보도 상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사망했다. 인명(人命)은 재천(在天)이어도 안타까울 판인데 인명이 재차(在車)인 어처구니없는 일이 제주에서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올해 ‘교통사고 사망자 수 3000명대 감축’을 목표로 강력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매년 감소추세에 있던 제주의 교통사고 사망자가 올 들어 111% 격증하고 있어 도민의 안전을 책임진 입장에서 걱정이 크다.
지난 5년간 제주는 전국 평균에 비해 인구는 8배, 차량은 4배나 급증했으며, 관광객도 64% 증가했다. 이에 비례한 교통사고의 증가는 일반적인 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하지만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교통사고에 의한 사망도 강력사건에 의한 사망과 같은 고귀한 생명의 희생이라는 점이다.
“경찰이 조금만 더 노력했더라면, 운전자가 조금만 조심했다면 아까운 생명을 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 다른 치안지표는 안정돼 있는데 유독 교통사망사고가 많아 고심하고, 참모들과 몇 시간씩 토론한 날도 많다.
이에 제주경찰은 치열한 고민을 바탕으로 교통사망사고 감소 방안을 도출해 냈다. 먼저 통계와 사례 분석 결과 ‘보행노인 사고 예방’이 가장 절실하다.
지난해 도내 교통 사망자 80명 중 48.7%가 ‘차 대 보행자’ 사고였고, 연령별로는 ‘65세 이상 노인’이 37명으로 46.3%에 달했다. 도내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13.5%인 것을 감안할 때 ‘보행노인’이 교통사고에 3.5배나 취약하다는 의미다.
시력과 청력 등 인지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어르신들에 대한 운전자들의 각별한 주의와 배려가 필요하다. 어르신들 역시 외출 시 밝은 색 옷을 입고, 안전한 횡단보도 이용을 습관화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금년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14%를 넘어 고령사회, 10년 후에는 20% 이상인 초고령 사회 진입이 예상되므로 노인사고 예방을 위한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
둘째, 운전자와 보행자의 교통안전 의식도 높여야 한다. 금년 운전 부주의로 인한 자피(自被)사망사고의 증가(1건 → 5건), 84세 노인 야간 2차로 ATV(일명 사발이) 운행 중 사망, 새벽시간 6차선 도로 무단횡단 50대 사망 사고 등이 안전의식의 필요성을 대변하고 있다.
이러한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선 교통단속이나 시설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운전자와 보행자 스스로가 법규를 준수한다는 의식전환이 있어야만 한다. 사망사고의 약 70%가 안전운전 불이행에 기인한다는 통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셋째, 도로 위 운전자간 의사소통이자 배려의 시작인 ‘방향지시등 켜기’의 생활화다. 지난해 교통안전공단 교통문화지수 조사결과 제주시가 방향지시등 점등률 최하위로 나타났다. 난폭·보복운전의 51.3%가 과도한 진로변경·끼어들기로 인한 것이라는 경찰청 통계가 의미하듯 운전 중 방향전환이나 진로를 변경할 때 방향지시등을 켜는 것은 안전한 교통문화 조성의 기반이 되는 중요한 습관이기도 하다.
제주경찰은 교통사망사고 감소를 최대 현안으로 선정, ‘교통사고 맥’ 차단을 위해 유관기관 합동회의 개최, 마을별 노인 교통사고 예방 앰프방송과 교차로 주변 캠페인 등 다양한 홍보활동을 전개하는 한편, 음주·과속 등 주요 사고요인 행위를 강력히 단속하고 있다. 아울러 제주특별자치도 등 지자체와 협업하여 횡단보도 투광기, 중앙분리대 설치 및 고휘도 차선 도색과 같은 교통시설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라는 조동화 시인의 시구와 같이, 도민·관광객을 비롯한 도민사회 모두가 교통사망사고 예방에 관심을 갖고 동참한다면, 수려한 자연 환경만큼이나 교통문화도 아름다운 ‘안전한 국제자유도시 제주’가 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