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행자 도로폭 2m 규정 준수 않아
걷기 필요한데 행정 정책 엇박자
올해 들어 도내 교통사망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13일까지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17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 6명보다 약 3배 이상 증가했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막을 수 있는 ‘불행’이었기에 안타까움을 더한다.
사망사고 원인으론 음주운전·신호위반·과속 등의 운전자 과실로 인한 게 가장 많다. 특히 노인 보행 중 인한 사망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지방경찰청은 주·야간 음주단속 및 신호위반 단속을 강화하고 있고, ‘보행노인 교통안전’ 캠페인을 통해 교통안전 교육 및 홍보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제는 제주도의 도로 개념도 달라져야 한다고 본다. 과거 도로의 개념은 차가 달리기 편한 도로가 목적이었다면, 이제는 사람 우선의 안전한 도로를 만드는 시대다.
제주도는 지난해 말 인구 66만명을 돌파한 가운데 도내 등록차량도 47만대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역외세입차량을 제외하더라도 세대당 1.317대로 전국 보유 순위 1위이다. 또한 제주도 관광객 1500만명 시대로 접어들면서 렌터카도 10년 전에 비해 5배로 늘면서 교통 체증·주차 문제 등으로 도민들이 많은 불편을 겪고 있다.
제주도는 차량증가로 인한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중교통 체계개편·차고지증명제·주차종합대책 등 여러 가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제348회 임시회 업무보고에서 제주시는 ‘보행자 안전을 위한 교통환경 개선사업’의 일환으로 이도2동 법원 인근을 시범지역으로 선정, 노상주차 공간 및 보행자 도로를 구분해 일방통행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도로폭 6~8m 구간 계획을 보면 보행자도로는 폭이 1.0~1.5m에 불과했다.
지난달 21일 행정시 교통 관련 부서 공무원과 읍면동장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된 이면도로 보행 및 주거환경 개선 등 교통현안 해결방안 모색을 위한 워크숍도 대동소이했다. 보행량과 주차수요를 기준으로 구분해 이면도로 일방통행 폭 계획을 수립했으나, 주차문제에 중점을 두고 있을 뿐 보행로 확보는 뒷전이었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에 따르면 보행자 도로 폭을 최소 2m를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완료된 제주도지사 공약인 ‘제주 유니버설 디자인 기본계획 및 가이드라인 수립 연구’에서도 보행자 도로 폭을 2m로 명시하고 있다.
1960년대 일본 동경도 지사였던 미노베 료키치는 차를 위한 도로보다 사람을 위한 길을 강조했다. 이를 바탕으로 당시 도로 공식인 ‘도로-차도=보도’를 뒤집어 ‘도로-보도=차도’라는 발상을 전환했듯이 우리 제주도 차보다 보행자를 위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서울의 경우 ‘차보다 사람 먼저’ 도로정책을 펼쳐 자동차에게 빼앗긴 도로를 시민들에게 돌려주기 위한 사업 ‘보행자 우선도로사업’을 시행, 안전한 통행로를 확보로 교통사고 예방에 나서고 있다.
도내 어린이 보호구역 315개소·노인보호구역 48개소·장애인 보호구역 12개소가 지정돼 있으나, 보호구역 내에도 보행자도로 폭을 규정대로 확보한 곳은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제주는 성인 걷기 실천율 전국 최하위, 중고생·성인 비만율 전국 2위 등으로 도민은 물론 청소년들의 고질적인 건강문제 개선이 필요한 실정이다. 도내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아침마다 걷자’, ‘등굣길 걷기 운동’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지만, 보행로가 확보되지 않아 자칫 교통사고가 우려되고 있다.
제주도는 늘어나는 차량으로 인해 여러 가지 방법을 가지고 전면전을 치르고 있다. 교통체증 및 주차공간은 부족한 실정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면도로의 일방통행 등 원활한 교통 노상 주차공간을 확보도 필요하지만, 이전에 보행자를 위한 공간이 확보돼야 한다. 도민에게 보행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걸을 수 있는 보행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조례 제정이 절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