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객수수료와 대기업 면세점의 책임
송객수수료와 대기업 면세점의 책임
  • 문성환
  • 승인 2017.0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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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관광 등 제주관광시장 왜곡
법제화 대기업 적극적 공감 필요

올 들어 2월까지 제주를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전년 동기 대비 15% 이상 증가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 내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및 각종 방한관광 규제로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에도 관광객 수치는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현상은 반가운 일이나 속내는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 중국인 관광객의 증가는 관광제주의 펀더멘털이 민감한 국제정세에 흔들리지 않는 견고함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분석될 수도 있지만, 제주여행상품이 초저가로 판매돼 중국에서의 모객활동이 수월한 데도 기인하고 있다.

초저가 여행상품 중에는 양질의 상품도 있지만, 대부분은 쇼핑과 옵션, 무료 관광지 위주의 질 낮은 상품이다. 중국인관광객의 증가 속에서도 제주여행 만족도가 떨어지고 제주 이미지가 추락하는 것은 이러한 상품들 때문이다.

더 심각한 것은 초저가 상품이 ‘악화가 양화를 구축’ 하듯 제주상품의 주류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초저가 상품 앞에 제주의 품격과 이미지는 애당초 고려 대상이 아니다.

그렇다면 제주관광의 건강성을 회복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초저가 상품의 근절방안은 무엇일까. 필자는 대기업 면세점들이 중국인 단체관광객 유치를 위해 송객수수료를 과도한 수준까지 만들어놓은 현 시장구조의 왜곡을 우선적으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본다. 실제 보도에 따르면 지난 한해 우리 면세점 업체가 지급한 송객수수료는 9672억원에 이른다. 이중 일부는 중국 현지 여행사로 흘러가는 등 국부 유출까지 발생하고 있다.

다행히 왜곡된 시장을 개선하고자 국회 차원에서 면세점 송객수수료에 대한 법제화가 추진돼 그 추이가 주목된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병욱 의원은 지난달 7일 면세점이 여행사·관광통역안내사에게 단체관광객 유치를 위해 지급하는 송객수수료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는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송객수수료 상한선에 대한 법안 발의가 있었지만, 이해 관계자의 반발로 무산된 사례가 있었던 만큼, 이번 20대 국회에서 가시적인 결실을 기대한다.

또한 과도한 송객수수료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기업 면세점의 적극적인 동참이 절실하다. 지난해 12월 제주관광공사가 개최한 ‘제주면세포럼’에서 대기업 면세점은 송객수수료 상한선 법제화에 대해 관광객 총량 감소 및 여행업 위축 등의 이유로 반대의견을 제시했지만, 업체 스스로의 자정노력을 통해 개선돼야 한다는 데는 뜻을 같이 했다.

송객수수료 상한선 정립에 있어서 사회적인 충분한 공론화와 논의는 선행돼야 하고, 시장충격을 최소화하는 지혜도 요구된다. 그러나 면세업계의 자정노력은 선언적 의지에 그칠 수 있어, ‘법제화’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공자(孔子)는 “사업은 하늘과 땅이 서로 거들어서 천하의 백성에게 베푸는 것”이라고 했다. 사업은 많은 사람들에게 크게 베푸는 일이며 자기 이익만을 좇아 단지 돈을 버는 일은 사업이 아니라 장사라는 것이다. 사업은 돈도 벌면서 돈 이상의 가치인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그에 걸 맞는 사회적 책임이 요구되는 대기업 면세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모 언론사와 대학 연구팀이 조사한 대국민 설문조사는 국민 대다수가 공익을 위해 기업을 규제하는 게 이롭다고 답했다. 우리 사회에 반기업 정서가 얼마나 팽배해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제주 대기업면세점에 대한 도민의 시각 또한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지역을 위해 많은 기여를 하고 있지만 ‘사업이 아닌 장사’에 그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대기업으로서 지역경제와 국가번영에 기여하는 책임 있는 자세로 건강한 사업을 위해 송객수수료 상한선 법제화에 적극 나서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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