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이후 집회서 이용 극우 이미지 변질 주권의식 훼손 우려
“선열들 나라사랑·희생정신 담겨…특정이익 실현 도구 아냐”
태극기를 바라보는 시선이 두개로 양분하고 있다. 정확히는 퇴색되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해 보인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박근혜 대통령 탄핵인용 측은 촛불을 들었고, 탄핵기각 측은 태극기를 들면서 태극기는 어느새 적잖은 사람들에게 친박단체, 탄핵기각 촉구의 상징이 되어 버렸다. 태극기에 대한 자주적인 의식과 주권의식이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최근 20대 한 청년은 탄핵 기각 촉구 집회에 태극기가 사용되는 것이 화가나 태극기를 태우는가 하면, 삼일절을 앞둔 시점에서 태극기 게양을 두고 불편함을 느끼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기에 이르렀다.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태극기는 나라에 경사스러운 일이 있을 때 집집마다 내거는 것으로 민족의 화합과 평화를 상징한다. 운동회 때면 펄럭이던 만국기부터 월드컵 응원단과 함께 한 태극물결 등의 모습은 이미 우리 생활 속에서 ‘화합’과 ‘단결’의 상징으로 표출돼 왔다.
독립유공자와 유족 등으로 구성된 단체인 광복회는 최근 성명을 내고 “98년 전 한반도 전역을 수놓은 태극기 물결로 우리민족의 본격적인 독립운동이 시작됐다”며 “지난 날 우리 선열들은 태극기 아래서 일제를 응징하는 비장한 결의를 다졌고, 집안에 숨겨놓은 태극기가 발각돼 혹독한 고문을 받고 목숨을 잃은 국민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태극기에는 선열들의 나라사랑과 숭고한 희생정신이 담겨져 있다”며 “특정이익을 실현하는 시위도구로 실현되는 것은 선열들에 대한 예의도 도리도 아님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일절인 오늘은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가 함께 한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측은 일부 단체가 태극기 이미지를 독점하고 그 의미까지도 훼손하고 있다고 보고 국민들에게 독립운동과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태극기를 들고 거리로 나와달라고 당부한 만큼 순수한 태극기 운동이 될 수 있을 지도 주목된다.

제주에서는 삼일절을 맞아 제주교육박물관이 선보이고 있는 ‘우리 역사 속 태극기’전이 교육의 장에서 태극기의 참된 의미를 되새기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역사 속 태극기는 1882년 박영효가 일본에 가는 배 안에서 태극기를 만들었다는 ‘박영효 제작설’과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 당시 국기를 제정해 사용할 것을 권하는 미국 슈펠트 제독의 촉구에 의해 역관 이응준이 만들었다는 ‘이응준 제작설’ 두가지가 대표적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