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녀 급식비는 돈 많이 든다며 ‘넷째’로 후퇴
자녀 당 최고 700만원으로 전국 교육청 중 가장 높은 출산축하금을 책정해 논란이 되고 있는 제주도교육청(교육감 이석문)이, 정작 고등학교 다자녀 급식비는 예산 부담을 이유로 셋째가 아닌 넷째부터 지원해 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율배반’적인 도교육청의 출산 장려정책에 뒷말이 무성하다.
최근 도교육청은 기존 셋째이상 자녀에 한 명당 300만원을 주던 출산축하금을 둘째 200만원, 셋째 500만원, 넷째 이상 700만원으로 대폭 확대한다고 밝혔다. 대상은 제주지역 교직원 전체다.
당시 도교육청은 출산을 유도하기 위한 교육청 차원의 ‘마중물’ 정책이며, 실제 출산 인원이 많지 않아 소요 예산은 그리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 출산은 국가적 위기를 야기하는 만큼 도교육청도 해결에 힘을 보태겠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취재 결과, 저 출산 문제에 목소리를 높여온 도교육청이 정작 ‘고등학교 다자녀 급식비 지원 사업’에서는 셋째가 아닌 넷째부터로 대상 폭을 좁혀 시행하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지역에는 셋째가 많아 예산 부담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통상 다자녀는 셋째 이상을 의미한다. 학교급식법과 더불어 이 사업의 또 다른 근거가 되는 ‘제주도교육청 다자녀학생 교육비 지원 조례’는 ‘다자녀 학생’의 기준을 ‘셋째 이후 학생’으로 규정하고 있고, 제주교육청의 나머지 다자녀 지원사업 역시 수혜 대상을 셋째 이상부터 적용하고 있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셋째 자녀(16%)까지 급식비를 지원할 경우 매년 20여억 원이 소요된다. 반면 넷째이상(1.9%)으로 조정할 경우 한 해 예산은 2억5000만원으로 뚝 떨어진다. 출산축하금을 전국 교육청 중 최고로 끌어올린 행보와 대조되는 셈이다.
특히 ‘도교육청 다자녀 학생 교육비 지원 조례’를 교육의원 시절 이석문 교육감이 발의했다는 점에서, 조례 기준과 다른 넷째 이상 지원에 대해 윤춘광 부의장 등 여러 도의원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제주도교육청의 이번 출산축하금 확대는 이처럼 도교육청의 다자녀 정책이 완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렵지 않은 사람들에게 파격적인 혜택을 주었다는 점에서 정책 추진의 ‘우선순위’가 뒤바뀌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아울러 선거철을 앞두고 교육청 문밖의 뒷말도 점차 무성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