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委 출범과 반부패 노력
청렴委 출범과 반부패 노력
  • 제주타임스
  • 승인 2005.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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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방지를 전담하는 대통령 소속 부패방지위원회가 지난 달부터 국가청렴위원회(약칭 청렴위)로 개명하였다. 2002년 1월 출범한 지 3년 6개월만의 변화다. ‘부패방지’란 단어가 언어 관습상 ‘청렴’ 단어에 비해 부정적이고 통제 및 강압적인 뉘앙스를 풍기기 때문이다. 청렴은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며 능동적인 어감으로 들린다.

이러한 외형적 변화의 궁극 목적은 국가기관이 부패를 단속하는 정책보다는 국민 스스로 깨끗해지려는 청렴 마인드를 사회 곳곳에 스며들게 하자는 데 있다. 지시나 감독에 의한 것보다 국민 마음속에서 자연스레 우러나오는 청렴 민도(民度)를 높이자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청렴위 출범과 때를 같이 해 선현들이 가르친 청렴사상을 되새겨 보는 것도 의미있다.

목민관(관리)의 도덕 교과서라 할만한 ‘목민심서’ 청심(淸心)편에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청렴 사상이 잘 드러나 있다.‘廉者牧之本務 萬善之源 諸德之根 不廉而能 牧者未之有也(염자목지본무 만선지원 제덕지근 불렴이능 목자미지유야)’ 청렴은 목민관(관리)의 기본 임무로, 모든 선(善)의 근원이고 모든 덕(德)의 근본이기 때문에 청렴하지 않고서는 목민관 노릇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태국의 수도 방콕 시장을 지낸 스리무앙 잠롱은 청빈하기로 유명하다. 그는 태국말로 ‘나이사안’(깨끗한 사람)이다. 국제무대에서는 ‘미스터 클린’(Mr. Clean)으로도 알려져 있다.
우리의 현재 모습은 어떤가. 국민들로부터 존경받을 관리를 눈을 비비고 봐도 찾기 어렵다. 그나마 청렴하다고 알려진 공직자도 인사청탁 부정축재 등으로 중도 하차하는 일을 수없이 보고 있다.

가장 깨끗해야 할 교육현장이나 정치판, 법과 원칙을 중시하는 법조 역시 청백리 정신과는 거리가 먼 비리들이 하루가 멀게 터져 나온다. 십수 년 전에 저질렀던 전직 대통령들의 수 천억원대 뇌물사건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근로자를 대변해야 할 노동조합마저도 뇌물이라는 사악한 고질병에 걸려 감옥으로 가는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국가청렴도 세계 146개국에서 47위. 부패방지 민간기구인 세계투명성기구(TI)가 조사한 것으로, 기업분식회계 비자금 조성 및 정치자금 제공 등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혹자에 따라서는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작금의 비리 현실을 보면 한국이 청렴기근 현상을 겪고 있다는 데 이의를 달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주목할 것은 유교 사상과 미풍양속을 중시하는 한국 사회에서 저질러지는 비리는 바로 온정주의(nepotism) 때문이다. 끗발을 내세워 뒤를 봐주고 끼리끼리 검은 돈을 챙기는 토착적 온정주의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한 부패방지위원회가 국가청렴위원회로 개칭하는 외형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법과 제도를 확 뜯어 고친다고 해서 청렴사회가 건설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 사회악의 중심인 온정주의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가슴과 머릿속에 채색된 고정관념과 관행을 털어내는 정신 개조가 뒤따라야 한다.
부단한 진동과 자극으로 스스로를 뒤흔들어서 부정부패 구덩이를 파낸 후 그 자리에 새로운 품종인 청렴정신을 집어넣어 싹을 틔우자.

김 덕 만<국가청렴위원회 공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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