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 근로자 처우 개선 첫 단추 ‘생활임금제’
저임금 근로자 처우 개선 첫 단추 ‘생활임금제’
  • 고상호
  • 승인 2017.02.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국 최고 수준 ‘제주형’ 10월 시행
공공부문 넘어 민간까지 확대 기대

최저임금제가 도입된 꼭 30년이다. 1953년 ‘근로기준법’이 제정되면서 최저임금제의 실시 근거를 두었으나 당시 우리 경제는 수용할 수 있는 형편이 못되어, 35년이 경과한 1988년부터 시작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올해 제주특별자치도는 올해 최저임금제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생활임금제’를 도입한다. 지난해 12월 기준 제주지역 고용동향은 경제성장률 4.5%, 고용률 69.8%로 전국 최고 수준을 보였다. 그러나 5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 실질임금은 월 234만원으로 전국 최하위여서, 근로자의 처우 개선이 절실한 실정이다.

현재의 최저임금 수준은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에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어서, 현실 생활을 반영한 임금구조가 필요하다고 본다. 대안이 바로 생활임금제다.

현재 전국적으로는 234개 광역·기초단체 중 63곳에서 시행중이다. 평균 시급은 7725원으로 최저임금(6470원)보다 19.4% 많다. 제일 높은 곳이 광주광역시로 시간당 8410원으로 1일 6만7200원·월 175만원·연 2100만원으로 최저임금보다 29.9%나 많다.

제주도에서는 저임금 근로자의 열악한 지역의 임금여건을 반영, 전국 최고 수준인 시급보다 30% 이상 높은 ‘제주형 생활임금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의원 발의된 ‘생활임금 보장 및 지원에 관한 조례’가 지난 16일 도의회를 통과했다.

제주형 생활임금제 적용대상은 제주도 소속근로자와 도 출자·출연 기관 등의 소속 근로자인 공공부문, 제주도로부터 사무를 위탁받은 기관단체에 소속된 근로자인 준공공부문, 제주도로부터 공사·용역 등을 제공하는 기관 및 업체 등에 소속된 근로자와 하수급인이 고용한 근로자 등 민간부문으로 구분된다.

우선 도 소속 근로자 등 공공부문부터 시행하며 지난해 기준 1년 미만 기간제 근로자 934명 중 880명이 생활임금 대상이 된다. 이들 도 소속 근로자를 대상으로 ‘30% 적용’ 시 근로자 1인당 평균 연 231만원의 임금 인상 효과가 예상된다.

조례가 매년 9월30일까지 이듬해의 생활임금을 사전에 고시하도록 명시하고 있어, 올해 생활임금제는 빠르면 오는 10월부터 시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생활임금의 단가는 생활임금위원회를 구성하여 제주 지역의 물가, 근로자의 평균가계 지출수준, 매년 8월 고용노동부에서 고시되는 최저임금 등을 고려하여 결정하게 된다.

민간부문 확대를 위해서는 현재 최저임금법 및 지방계약법 등 상위법 개정이 필요한 상황으로, 현재 국회 소관 상임위에 해당 법률안이 계류 중이다. 도내 민간부문 생활임금제는 상위법 제정 등 제반 여건이 갖춰지면 실정에 맞게 도입해 나가고자 한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이번에 시행하는 생활임금제는 공공부문만 적용된다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공공부문에서 선도적으로 시행함으로써 저임금 근로자들의 임금상승을 견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일각에서는 공공부문에 한정돼 시행됨으로써 ‘반쪽제도’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고 도와 관련이 없는 일반 근로자들은 생활임금 적용대상에서 제외돼 저소득 근로자 사이에서마저 양극화가 심해질 우려도 없지 않다.

그리고 지역내 영세 자영업을 하는 입장에서 보면 현행 최저임금만으로도 인건비 상승 부담 등 어려운 여건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문화생활은 고사하고 최저 생활도 보장하는 못하는 수준이라고 생각된다.

저임금 근로자의 어려운 여건을 감안, 우리 모두가 조금씩 양보하여 서로 돕는 제주 고유의 전통인 수눌움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이렇게 될 경우 우리 제주사회는 모두가 일하기 좋은 곳, 모두가 행복한 제주, 차별 없는 사회를 향한 첫 단추를 끼우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