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불황 등 영향…예방책 없어 더욱 문제
제주 지역에서 부모나 형제 등 가족을 살해하거나 폭행하는 ‘패륜 범죄’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특히 가족의 내밀한 문제가 불거져 사건이 발생하는 특성상 외부에서 범죄를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어 뚜렷한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제주동부경찰서는 지난달 10일 자신의 아버지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존속살해)로 A(42)씨를 입건했다. A씨는 그달 7일 오후 11시30분께 제주 시내 아버지 B(79)씨의 집에서 술을 마시고 B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아버지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술을 사주지 않는다며 아버지를 마구 때려 다치게 하고 상습적으로 집안 물건을 부순 J(29)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J씨는 2015년 5월 자신의 집에서 아버지 C(61)씨가 용돈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버지의 얼굴 등을 마구 때리고 집기를 부순 혐의다.
15일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제주 지역 존속범죄(존속살해‧상해‧폭행‧협박 등) 발생 건수는 2013년 23건, 2014년 24건, 2015년 53건, 지난해 59건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4년간 존속 폭행은 91건으로 전체 발생 건수의 5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과 전문가들은 존속범죄의 상당수가 정신질환이나 경기 불황 등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가족 간 갈등에 외부인이 개입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뚜렷한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존속범죄 문제에 대해서 4대악으로 보고 여청수사팀을 발족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며 “신고 전에 미리 예방하기 쉽지 않은 만큼 가정에서도 경각심을 갖고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신고를 적극적으로 해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