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부패방지시책 평가 1등급
도내 기관·단체 합심 큰 성과 기대
부패방지는 선택이 아니라 국가 생존의 문제다. 싱가포르의 국부(國父)로 불리며 국민적 존경을 받았던 리콴유 전 총리는 싱가포르의 경제성장과 더불어 국가청렴도를 1위로 만든 지도자다. 그는 살던 집을 허물어 이웃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말라는 공개유언을 남겼을 정도로 청렴을 몸소 실천한 지도자이기도 하다.
말레이시아 연방에서 분리 독립한 싱가포르는 1965년 당시만 해도 1인당 국민총생산(GDP)이 400달러에 불과했다. 그리고 좁은 국토와 부족한 천연자원, 인구 500만의 작은 국가에서 경제를 성장시키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리콴유 전 총리는 취임 후 ‘청렴’을 국가 운영의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삼아 법과 제도를 정비한 덕에 현재 싱가포르는 전 세계 부패지수 조사에서 아시아권 부동의 청렴도 1위를 지키고 있다. 그 중심에는 청렴이란 국정철학이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국제투명성기구(IT)에 따르면 ‘2016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에서 대한민국의 국가청렴도는 100점 만점에 53점에 불과했다. 국가청렴도 순위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35개국 중 29위로 1995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낮게 나타났다.
하락폭 역시 역대 최고로 기록됐다. 2015년 14위에서 무려 15계단이나 떨어진 것이다. 정말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의 청렴도가 부패국가를 향해 가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청렴도는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 사회의 부정부패가 만연하면 공정경쟁이 사라지고 경제성장의 저해요소가 되고 만다. 도민사회 전반에 청렴문화 확산이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 9월 ‘부정청탁 및 금풍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 법’의 시행으로 ‘더치페이 문화’ 일상화되면서 우리사회 전반에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식사 후 밥값을 각자의 카드를 꺼내 따로 계산하거나 한 사람이 낸다면 나중에 통장으로 각자의 밥값을 입금하기도 한다.
더치페이가 편리하도록 액수를 계산해주는 ‘더치페이 앱’도 선보이고 있다. 그렇다고 정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사회가 변화며 우리의 문화가 변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공직사회의 변화로 이어져 청렴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다양한 부패방지 시책사업들을 진행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제주도는 지난 1월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시한 ‘2016년도 부패방지시책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1등급이라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는 부패방지시책평가 15년만에 첫 1등급 달성이자, 2015년 5등급에서 무려 4등급이나 상향된 것이다. 부패위험제거 개선 부문인 부패취약분야 개선, 공직자 행동강령제도화 등이 최고 점수인 100점을 받았다.
제주도 실정에 맞는 반부패 수범사례를 적극 도입하고 국민권익위원회에서 권고한 부패방지를 위한 제도개선 권고과제에 대한 이행 결과에서도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이는 매년 공공기관 청렴도가 낮은 등급으로 나와 청렴도 향상을 위해 무던히 노력했던 결과라 할 수 있겠다. 제주도는 제주YWCA 등 제주도내 25개 기관·단체와 함께 민관청렴협약네트워크를 구성, 도민사회에 청렴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제주지역의 청렴도가 낮은 이유는 ‘괸당문화’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상부상조의 제주문화가 부정청탁이나 부패발생의 원인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문화는 새로운 형태로 바뀐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청렴처럼, 제주의 괸당문화에도 이제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길 기대해본다. 원칙이 지켜지는 정 나눔과 청탁을 위한 ‘거래’를 확실히 구분하자.
이제 청렴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번 평가를 계기로 제주사회가 노력과 능력으로 평가받는 청렴 제주가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