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정부·보수 불통 등 문제 여전
모두 ‘동상동몽’ 자세로 동참 희망
어수선한 국가 분위기에 편승해서인지 제주4·3을 둘러싼 제반 상황도 결코 조용하지만은 않다. 근래에도 제주4·3의 역사를 축소, 왜곡시킨 국정교과서를 억지로 도입하겠다는 교육당국의 횡포에 범국민적인 반대운동이 일어난 바 있다.
정부에서는 일부 공식행사에서 4·3영령에 대한 묵념조차도 금지시키겠다는 취지의 훈령을 내놓기까지 했다. 또한 며칠전에는 3·1운동의 성지인 항일기념관에서 4·3을 호도하는 인사 초청강연을 포함한 정체불명의 이념 집회가 개최되는 등 4·3흔들기는 집요하게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참으로 개탄스럽기 그지없다.
그나마 다행스럽게 생각되는 것은 제주특별자치도와 도의회·도교육청 등 도내 핵심기관들이 이러한 상황에 대하여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제주4·3의 위상을 지키기 위해 함께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협력적 분위기를 더욱 확산시켜서 제주4·3 70주년을 맞이함에 있어 전국민이 공감하고 다함께 참여하는 범국민적 사업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특히 지난해 12월 제주특별자치도의회에 제주4·3특별위원회가 부활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과거 제주4·3해결에 단초를 제공하고 선도적 역할을 했던 기억이 선명하기에 유족회에서 4·3특위에 기대하는 바는 매우 크다. 바라건대, 과거의 위상을 계승하여 항상 민의의 대변자이며 역사의 수호자로서의 책무를 다해 줄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
덧붙여 기만적 불통정책을 펼치고 있는 중앙정부에서도 4월3일을 국가추념일로 지정한 만큼 제주4·3에 대하여 국가차원의 예우를 지켜주길 바란다. 행정기관과 정치권이 적절한 기획과 예산편성 등의 준비를 자발적으로 진행함은 물론, 유족회를 비롯한 관련단체 등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범국민적 흐름으로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순조롭게 진행될 때 제주4·3의 전국화와 세계화를 향한 공공의 과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세월의 빠름을 새삼 느끼는 요즘이다. 기나긴 어둠의 터널을 뚫고 지난 2000년 제주4·3특별법이 제정되고 그에 수반하는 제주4·3의 해결을 위한 광폭행보를 해온지도 17년이 되었다. 더불어 내년이면 제주4·3이 70주년을 맞는다. 그렇기에 올해는 더없이 중요하고 의미 있는 한해가 될 것이다.
그래서 중앙의 보수 세력들도 현실을 직시할 수 있었으면 한다. 언제까지 4·3에 대해 시비를 걸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 정부가 인정한 대한민국 현대사의 엄연한 비극적 사실이다. 그래서 국가추념일까지 지정된 제주4·3이다. 4·3추념일도 이른바 ‘진보정권’이 아닌 보수정권 아래서 지정됐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 그리고 70주년을 맞고 있으니 이제 4·3을 화해와 상생으로 승화시켜, 더 이상 이념의 시비의 대상으로 삼지 말고 우리의 역사로 정리할 수 있도록 큰 틀의 인식 전환을 기대한다.
무엇이든지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같은 바람으로 같은 꿈을 꾸어야 한다. 제주4·3의 문제에 대해서도 명확한 초점을 맞추고 하나된 목소리로 하나 된 움직임을 펼쳐나갈 때 진정한 4·3해결의 답안은 비로소 보이기 시작하리라 생각한다.
해가 바뀌었음에도 어수선한 정국은 도무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세월이 흐르는 물과 같이 빨라 광음여류(光陰如流)라 했다. 결코 길지 않은 준비기간에 혼탁한 정국의 여파로 70주년을 준비함에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까 심히 염려스럽다.
코앞으로 다가온 제주4·3 70주년을 맞이하며 순수한 마음들이 모아져 의미 있는 사업들이 다양하게 도출되기를 거듭 기대한다. 그리고 그러한 사업들을 진행함에 있어 정치권과 중앙정부는 물론 사회각계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조가 더해지리라 믿는다. 동상이몽(同床異夢)이 아닌 동상동몽(同床同夢)이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