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임무 위배 정도 중해”
사복지시설 지원 예산, 특정 농업법인에 지원한 공무원 등 6명 징역·벌금지역구 도의원이 배정한 ‘의원 사업비’를 해당 도의원의 지인 소유의 법인에 보조금을 지급한 현직 공무원에게 업무상 배임 혐의가 적용, 벌금형이 선고됐다.
제주지방법원 형사2단독 김현희 판사는 12일 업무상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직 5급 공무원 김모(59))씨와 6급 공무원 강모(59)씨에게 각각 벌금 250만원씩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신용협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전 감사위원 고모(61)씨는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모 신협 직원 강모(37)씨에게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각각 선고했다.
김씨는 도내 한 서귀포시 모 면장 직무대리시절이던 지난 2013년 12월 추가경정예산으로 확보된 민간자본보조 예산(의원사업비) 중 ‘사회복지시설 및 자생단체 사업지원’ 항목 일부를 해당 지역구 도의원과 친분이 있는 고씨의 법인에 지원했다. 당시 면사무소 직원들은 ‘사업공고절차도 없이 특정 법인을 사업자로 선정, 보조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보고 했지만 해당면장은 공고절차도 없이 고씨의 법인을 지원대상자로 선정해 2014년 4월 민간보조 1300만원을 지급했다.
고씨는 자신의 법인이 농산물집하장 물품 지원 사업 대상자로 선정되자 2013년 12월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A신협에서 자부담금 866만원을 사용해 조합에 손해를 끼쳤다. 2014년 10월 고씨는 제주시장으로 내정된 모 감사위원이 사퇴하자, 도의회 추천으로 감사위원에 올랐다. 이후 보조금 비리의혹이 터지자 2015년 8월 감사위원직에서 물러났다.
A신협 직원인 강씨는 경찰의 수사과정에서 계좌 거래내역 제출을 요구 받자, 2015년 10월 자신이 일하는 신협에서 S법인과 관련해 수신 원장 등 사문서를 위조했다. 면사무소 직원 강씨는 이 사건과 별도로 농산물 집하장 시설사업을 지원한다며 고씨가 급조한 B법인을 보조사업자로 선정하고 2015년 1월 보조금 2328만원을 지원했다.
검찰은 공무원 2명이 고씨의 회사에 지원한 보조금으로 제주도에 재정적 손해가 발생했다며 이들에게 업무상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반면 ‘의원 사업비’의 당사자인 해당 지역구 도의원 K(71)씨에 대해서는 도의회에서 예산을 편성한 사실을 확인했지만, 행정당국에 보조금 지급을 강요한 혐의를 확인하지 못해 기소하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의원 사업비라’는 이유로 도의원과 친분이 있는 특정인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김씨의 경우 부하직원의 지적에도 이를 묵살하고 지원을 강행하는 등 업무상 임무 위배의 정도가 가볍지 않다”면서 “다만 이들이 28년 공직생활을 하면서 징계를 받지 않았고, 해당 법인에서 보조금을 환수하거나 공탁한 점을 참작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고씨에 대해 재판부는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신협의 자금을 사용하고 부하 직원인 강씨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며 “다만 법인에 지원된 피해금을 반환한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