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의 음덕을 기리는 벌초문화
조상의 음덕을 기리는 벌초문화
  • 제주타임스
  • 승인 2005.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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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웠던 날씨도 지나 이제 제법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로 접어들었다. 제주에서는 이맘때가 되면 너 나 할 것 없이 조상의 묘소에 벌초를 하게 된다.
벌초는 보통 음력 8월 1일을 전후하여 실시하게 되는데 자손들이 선묘를 찾아 벌초를 하는 것을 “소분”이라고 하며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소분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 시기에 벌초를 하는 것은 계절로도 ‘새 철이 든다.’는 ‘백로’를 전후해 있고, 또 풀이 자라는 것을 멈추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우리 조상들은 자식을 낳아도 육지로 보내지 않으려 했고, 반드시 후대를 이어 조상의 기일제사와 벌초를 잊지 않도록 당부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우리 조상들은 후손들로 하여금 제사와 묘소의 돌봄을 게을리 하지 않도록 하고, 조상의 음덕을 기리는 데에 소홀함이 없도록 일깨워 주었던 것이다.
따라서 벌초를 게을리 하는 것은 불효중의 불효로 생각해 왔기 때문에 매년 8월이 되면 멀리 일본에 거주하는 재일교포를 비롯하여 제주를 떠났던 사람들은 조상의 묘소에 벌초를 하기 위해 고향을 찾아온다.

이처럼 혈통과 문벌을 소중히 여기는 우리 제주지방은 시대가 바뀌고 저마다의 생활터전이 변하여도 아름다운 벌초풍습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벌초는 매년 음력 8월 초하룻날(8월1일)을 기준으로 실시해 왔으나, 산업화와 도시화의 영향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직장을 찾아 육지나 도시지역으로 이주함으로써 이 날에 일제히 실시하는 가정은 별로 찾아볼 수 없다.
이제는 직장관계 등을 생각하여 주로 일요일에 날짜를 선택하여 실시하고 있다.
벌초는 대개 가족단위로 하는 가족벌초와 친척들이 모여서 하는 모듬벌초로 구분하여 실시하는데 모듬벌초날에는 오랜만에 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여 식사도 같이하면서 공동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 등을 의논하는 자리가 되기도 한다.

벌초하는 날이 되면 가족단위 또는 문중회 단위로 거대한 움직임이 시작되고 도내 중산간지역의 들녘 묘역에는 벌초객들로 넘쳐난다.
이 때는 한기의 산소에 수십명이 자손이 모여 들어 벌초를 하고 산소에서 벌초하는 자손들의 숫자로 가문의 세력을 나타나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고장 제주인들이 정성어린 벌초 풍습은 우리들의 뿌리의식을 심어주고 경로 효친의 미풍양속을 몸과 마음으로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조상의 음덕을 기리는 벌초와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절을 계기로 화합의 목소리가 널리 퍼져 나갔으면 한다.

이 남 희 (북제주군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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