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동네 만들어 가기
아름다운 동네 만들어 가기
  • 김은철
  • 승인 2017.0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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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개발 열풍에 시골도 시름
희망적인 ‘개발’도 있어 위안
성공적 카페 등 마을 사랑방 역할

경제·문화적으로도 기여
안타까운 건 외지인이 주도
제주사람 주도적 개발도 필요

전국이 꽁꽁 얼어붙는 영하의 날씨에도 제주도의 양지바른 마당에는 봄의 정취가 묻어나는 꽃들이 피고 있다. 일출봉 앞 유채꽃밭들도 제철을 모르는 듯 매서운 바람 앞에서 올레꾼들에게 아름다운 자태를 보이고 있다. 이중섭미술관 마당에 핀 작은 매화는 이미 봄의 도래를 전국으로 노래하며 울려퍼지게 하고 있는 듯하다.

제주도에 있는 마을들은 동네마다 고유의 역사와 향취를 담고 있어서 올레길을 걷다가 마주치는 마을들의 아름다움은 마치 긴 여행길에서 오랜 친구를 만나는 것처럼 우리를 기쁘게 한다. 옹기종기 초가집이 모여 마을이 형성되고, 돌담길 올레를 통해 진입하면 안거리·밖거리로 연결되는 마당구석에 피어있는 이름 없는 들꽃들, 술래잡기하며 뛰어놀던 뒤뜰, 부뚜막 굴뚝에서 밥 짓는 연기가 피어오르던 평화로운 풍경이 그려지곤 할 때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이런 곳이 우리 제주의 마을들이다.

요즘 시골마을들은 도시화의 물결과 무분별한 개발 열풍에 마구 훼손되면서 옛 정취를 많이 잃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개발의 바람 속에서도 ‘희망적인’ 사례가 없지도 않아 위안을 삼아 본다.

우리는 마을 한 켠에서 지어지는 작은 건물들을 볼 때면 누가 왜 건축하는지 궁금해 하지만 그리 깊은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이 바쁘게 살아갈 뿐이었다. 그 작은 건물들에서 빵 굽는 냄새와 음악이 흘러나오고, 밤에도 예쁜 불빛이 켜지는 특색 있는 공간이 되면서 마을사람들의 관심들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방문객이 뜸하던 중산간 마을에도 ‘작은 건물’ 이용객들의 입소문으로 올레꾼들이 많이 찾으면서 생기가 살아나고 아름다운 마을풍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제 시골마을에도 비로소 문화와 현대적 낭만을 공유하는 ‘사랑방’이 생긴 것이다.

지인과 만남을 위해 한참을 헤매다 우연히 들른 표선면 세화리에 위치한 어느 카페 겸 레스토랑은 문화와 현대적 낭만을 제공하는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평범한 시골 중산간마을에 자리한 이 건물은 한번 찾아온 방문객이라면 꼭 다시 오고픈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에 손색이 없는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공간이다.

카페로 들어가는 주변 마당을 아기자기한 꽃과 나무, 조각들로 만들어졌고, 이 작은 야외 조각미술관은 절로 내부공간에 대한 이용자들의 궁금증을 갖도록 했다. 내부로 들어서면 내부 공간 역시 밝고 예쁜 가구와 소품들, 그림 등으로 배치, 배고프고 피곤한 여행자들이 환성이 절로 나올 수 있게 구성했다. 이 장소는 피곤에 찌든 이용객들의 피로를 충분히 풀어줄 수 있는 문화와 낭만의 명소로서 추천하는데 주저함이 없을 정도다.

필자가 장황하게 이 작은 공간을 소개하는 것은 제주도 전역에 이런 예쁘고 아름다운 공간들을 지역주민들도 주도적으로 개발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현재 제주도에는 월정리 해변, 저지리 예술인마을, 종달리 해안도로변 카페촌 등 ‘성공적인’ 사례들이 적지 않다.

초기 개발 당시 이주민들이 정주민들의 이상한 눈초리와 텃새를 이겨내고 만들어낸 성과여서 계획자들의 노고는 충분히 보상받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단지 건물을 짓는 것으로 한정하지 않고 그 마을의 특징적인 문화공간으로 만들어져 널리 홍보가 되고, 경제적·문화적 혜택으로까지 그 마을에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안타까운 것은 지역주민들이 주도적 입장이 아니라 외지인들이 주도적으로 바람을 일으켜서 그 혜택을 많이 받고 있다는 점이다. 주객이 전도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우리 제주도민들도 직접 자기 마을 개발의 주체가 되어 다양한 혜택을 골고루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각종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소외되는 지역의 균형 발전을 위해서도, 행정은 더 많은 노력을 전개해야 한다고 본다.

물론 많은 예산과 노력을 들여가면서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개발하고 시행하고 있음을 안다. 그 가운데서 아름다운마을 만들기 지역개발의 성공적 모델을 구체적으로 수집하고, 개발하여 제주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줄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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