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감 지적 전했을 뿐” 해명 불구 혼란 가중…중재 역할 망각 비판도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최근 일선학교에 일본산 향나무 수목 교체 검토를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모 국회의원이 각 급 학교의 일본산 향나무를 일제의 잔재라고 지적한 데 따른 것이다.
도교육청은 “감사 결과를 전달한 것 뿐”이라는 입장이지만 오히려 이 같은 해명이 컨트롤 타워로서의 역할을 망각했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일선학교들은 황당해하는 분위기다.
도교육청은 지난달 25일 도내 모든 학교에 ‘일본산 향나무 교목 지정 해제 및 수목 교체’ 협조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사항이 지적되었기 때문에 각 학교에서는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적정한 조치를 취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왜향나무 등으로 불리는 일본산 향나무는 일제 강점기에 행정관청에 집중 식재됐다. 일제가 우리 민족의 정기를 억제하는 식민정책의 일환으로 심었다는 지적이 있어 일각에서는 수종 교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공문을 받은 일선학교들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교목 지정 해제는 검토할 수 있지만 이미 수십 년 동안 자란 나무를 베어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비용도 문제다.
제주고 관계자는 “오늘(7일) 106회 졸업식을 치렀는데, 학교 역사만큼 오래된 나무들을 의원 지적 하나로 모두 벨 수는 없다”고 토로했다. 제주고에는 29만7246㎡(구, 9만여평) 부지에 총 127그루의 향나무가 심어져 있다.
제주고와 함께, 도내 학교 중 향나무를 가장 많이 보유한 신창중 관계자도 수목 교체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신창중은 일단 오는 20일 열리는 학교운영위원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방침이다.
현재 제주지역에는 123개교에 2157그루의 향나무가 식재돼 있다. 이중 제주고와 신창중이 각 127그루로 가장 많고 한림초, 한림중, 제주여상, 사대부중 등에 50그루 이상이 심어져 있다.
몇 년 전까지 신창중에서 교목관리를 맡았던 한 퇴직 공무원은 “일본산이라는 이유로 벌채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나무 한그루 한그루에 새겨진 학생들의 추억과 생명의 존귀함을 무엇으로 대체할 것”이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