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일기념관 ‘목적 다른’ 정치집회 논란
제주항일기념관 ‘목적 다른’ 정치집회 논란
  • 고상현 기자
  • 승인 2017.0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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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스마트폰교육 신청 ‘朴대통령 탄핵반대 단체’ 창단식
기념관측 “당초 신청서 정치적 편향성 문제 없어 대관 허가”

제주도 항일운동의 성지인 ‘제주 항일운동기념관’에서 극우 단체가 애초에 노인 대상 스마트 미디어 교육 목적으로 신청한 행사에서 전국에서 활동 중인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행주치마 의병대’ 창단식을 열면서 큰 파문이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제주도 항일운동기념관에서 극심한 이념적 논쟁이 불거질 행사 내용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고 허가해 논란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6일 제주도 항일운동기념관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하모니십연구소(대표 신백훈)는 지난달 20일 ‘자유 민주 하모니 사회 강연서’라는 제목의 강연을 기념관에 신청했다. 해당 신청서를 보면 행사 내용에 ‘강연회(스마트폰 및 정신교육), 기념사진(만세동산)’이라고 나와 있다. 항일운동기념관 관계자는 “행사가 노인 대상 스마트폰 교육으로 진행되는 줄 알고 정치적 논란 등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여 허가해 줬다”고 했다.

하지만 해당 행사가 진행된 6일 오후 기념관 내 영상관은 최근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 맞불집회로 화제가 된 극우성향의 ‘태극기 집회’를 방불케 했다. 집회 참가자들 대부분이 태극기를 몸에 두르거나 태극기를 들고 있는 한편, 일부 참가자들의 경우 ‘법치준수 국가수호’ ‘종북좌파 몰아내자’ 등의 이념적인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촛불집회와 최순실 게이트를 보도한 JTBC 등의 언론을 폄훼하는 발언을 했다.

특히 이날 행사가 애초에 노인 대상 스마트폰 교육이 아닌 태극기 집회 제주 조직을 위한 자리였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행주치마 의병대 김병관 대표는 이날 기자와 만나 “광장정치에 의해서 박 대통령 탄핵 심판이 진행되고 있다”며 “정변과도 같은 상황에서 제주에서도 의병처럼 들고 일어날 필요가 있어 (의병대) 창단식에 왔다”고 말했다. ‘행주치마 의병대’는 지난해부터 서울 등에서 태극기 집회를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단체다.

실제로 이날 행사에는 스마트폰 활용법과 관련해 50분간 강의가 예정돼 있었지만, 10분가량만 진행됐다. 대신에 이날 4‧3사건을 좌파폭동으로 폄훼해 논란이 인 바 있는 극우성향의 서경석 목사 등 극우 인사의 강연이 행사 대부분의 시간을 차지했다. 이날 서 목사는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제주에서도 태극기 함성이 일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 최소한 2주에 한 번씩 제주도에서 태극기 집회를 열어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공공기관인 항일운동기념관에서 노인 대상 스마트 미디어 교육행사가 아닌 극우성향의 보수단체 행사가 열리게 되면서 4‧3유족회 등 제주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양윤경 4‧3희생자유족회장은 “오늘 집회 내용을 들어보니 당초 목표대로 진행되지 않은 사실상 정치집회였다”며 “이를 허가한 제주도는 도민들에게 해명하고,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민족문제연구소 제주지부와 4‧3유족회 등이 참석해 ‘항일정신 산교육장에 이념논쟁 웬말이냐’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고, 이에 일부 참가자들이 피켓을 빼앗아 부수는 등 몸싸움을 벌여 행사가 지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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