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찬·반 논란이 일고 있는 제주시민복지타운 내 ‘행복주택’과 관련 사업 강행 의지를 재확인했다. 다음 달 마무리되는 ‘시민복지타운 활용방안 용역’ 결과를 지켜본 후 최종 결정하겠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왜 시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불통(不通)의 리더십’을 고집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지난 2일 제주시청 연두방문에 나선 원 지사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다른 여유 부지가 없어 도남동이 가장 유력한 지역”이라고 강조하며 행복주택 사업을 강행(强行)할 뜻임을 내비쳤다. 도민사회 반대 여론을 의식한 듯 ‘공공용지 사유화’ 문제에 대해서도 운을 뗐다.
“저 역시 (시민복지타운을) 특정인들이 사용(소유)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현재 주택문제가 워낙 심각하다. 도 전역에 걸쳐 백방으로 알아보고 있으나 여유 부지가 없는 상황으로 현재 도남동이 가장 유력한 곳 중 하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초 행복주택의 경우 400여 세대를 임대한 후 분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공공용지 사유화(私有化) 논란이 일자 분양계획에 대해선 백지화한 바 있음을 상기시켰다.
원 지사는 “현 행복주택 예정지에 대한 각종 문제점에 대해 검토하고 있으며, 특히 교통문제 해결을 위해 관련 전문가들이 요일 및 시간대별로 적절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이게 마무리된 이후 모든 걸 시민들에게 열어놓고 최종 결정에 돌입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시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행복주택 건설을 강행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서민들과 젊은층 등을 위한 행복주택 사업 자체를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 그 장소가 꼭 ‘시청사 부지’여야 하느냐는 점이다. 문제의 땅은 기존 토지 소유주들의 거센 반발 속 어렵사리 마련했다. 그리고 지금도 현 제주시청사를 이전해야 한다는 당위성이나 목소리 또한 여전하다.
때문에 시청사 부지로 예정된 이 곳은 당장 사용해 버려야 할 땅이 아니라, 미래를 대비해 남겨둬야 할 땅이다. 민선 시장이 바뀌며 면적이 대폭 축소되긴 했지만 당초 ‘시민복지타운’은 단절(斷切)된 신·구제주를 하나로 연결하는 고리로 활용하려고 했다.
이런 중차대한 의미를 가진 곳을 행복주택 부지로 써버린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날이 올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더욱이 이 정도 규모의 땅을 다시 확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지금이라도 원희룡 지사는 자칫 역사에 죄(罪)를 지을지도 모를 구상을 거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