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가족 모두 건강하고, 일 잘 풀렸으면”
“올 한 해 가족 모두 건강하고, 일 잘 풀렸으면”
  • 오수진 기자
  • 승인 2017.0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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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탐라국 입춘굿 4일 마무리…관람객 ‘무사안녕’ 기원

살갗에 부딪히는 바람의 기운은 아직 차지만, 봄을 맞이하려는 사람들의 분주함은 어느덧 봄이 성큼 다가왔음을 알 수 있게 했다.

사단법인 제주민예총(이사장 강정효)이 주관하는 ‘2017 탐라국 입춘굿’ 본행사 마지막 날이자 입춘(入春) 당일인 지난 4일. 봄이 오는 것을 시샘하듯 하늘은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오락가락 가랑비를 떨어뜨렸지만, 부푼 마음을 안고 새 봄을 맞이하려는 도민들의 발걸음은 탐라굿 입춘굿 행사장으로 향하느라 분주했다. 마침 올해 입춘은 주말과 겹치면서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어머니·아버지와 함께 방문한 가족단위 관람객들을 많이 찾아 볼 수 있었다.

예로부터 24절기의 시작으로 보는 날이 ‘입춘’이다. 새해는 어느 덧 한 달이 지났지만 행사장은 여전히 서로의 안부와 새해의 안녕을 당부하는 이들의 밝은 목소리들로 가득했다. 소원들도 다양했다.

매년 입춘 때 마다 행사장을 찾는다는 김태준·현금옥 씨(제주시 용담·72·70) 부부는 아들의 결혼과 가족의 건강을 소원지에 적어 걸어 놓으며 기념 사진을 찍었다.

김씨는 “살아가는 것이 물론 진중하고 진솔해야 하는 것이겠지만, 간절히 기원하면 소원은 생각하는 데로 이뤄지게 되어 있다”면서 “자녀의 건강과 미래를 기원하는 것이 부모의 가장 큰 소원이 아니겠느냐”고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10여 년 동안 민속보존회(풍물)에서 입춘굿 행사 참여자로 활동해 왔다는 임영희 씨(도련1동·58)는 어린 손자에게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돕고, 입춘의 의미도 전해주고 싶어 행사장을 방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임씨는 “손자가 건강했으면 좋겠고, 올 한해 가족들이 원하는 일이 잘 풀렸으면 한다”고 올 해 소원을 들려줬다.

몸이 좋지 않아 치료를 받고 있다는 양복순(애월읍 상가리·63)씨도 이날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먼 걸음을 했다. 그가 한 글자 한 글자 새겨 넣은 소원지에는 몸이 다시 건강해져 가족들이 상심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올해 탐라국 입춘굿 행사는 ‘빛의 씨앗을 품다’를 주제로 진행됐다. 지난 한 해 힘들고 고생많았던 일들에 대한 기원의 소망이 듬뿍 담겨 있는 주제였다.

올해 행사는 도민들은 물론 제주를 방문한 관광객의 취업, 가족의 건강, 결혼, 노후 등 마음 속에 품고 있는 불안함을 ‘희망’으로 잠시나마 기대보며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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