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단설 대세인데, 제주는 소규모 병설만
밖에서 단설 대세인데, 제주는 소규모 병설만
  • 문정임 기자
  • 승인 2017.0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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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학교 소속 ‘공교육 찬밥’ 병설유치원(하)
1980년대초 기존 시설·인력 활용 차원서 도입
단설로 수업의 질 추구하는 전국 추세와 달리
제주는 1학급 소규모 병설로 불완전체제 고수
▲ '유아의 행복한 미래를 꿈꾸는 전국 학부모 모임' 소속 회원들이 2015년 10월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공립유치원 신설 규모 축소'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부의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안'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당시 교육부는 교육재정 악화 등을 이유로 인구 유입에 의한 초등학교 신설 시 공립단설유치원의 증설을 까다롭게 하는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었다.

병설유치원이 앞서 보도한 방학 중 급식과 행정 업무분장 모호 등의 문제를 하루빨리 해소해야 하는 이유는, 병설이라는 체제 자체가 안 그래도 불완전한 태생이기 때문이다.

병설유치원은 기존의 학교 시설과 인력을 활용해 유아교육을 일단 시작하자는 차원에서 1980년대 초 생겨나기 시작했다. 제주에는 1979년 개원한 한림초 병설유치원이 최초다.

그러나 병설은 상급학교에 비해 학생 수가 적고 어리다보니 운동장 등 학교 공간 활동에 제약이 따르고, 초등학생 입맛에 맞춘 급식이 원아들에게는 짜거나 매운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단설유치원과 같이 원아들을 위해 최적화된 교육 시스템이 아니라는 의미다.

초등학교 방학 중 영양교사들이 유치원 급식 업무를 꺼리고, 일부 행정실 직원들이 초등학교업무에만큼 협조적이지 않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근본적으로는 병설인 점에서 기인한다.

현재 제주지역 공립유치원은 모두 병설 형태다. 병설이기 때문에 전담 행정직원이 없고, 비전공자가 원장이 된다. 1~2학급 유치원에는 교사 1~2인, 3~4학급에는 3~5인의 교사가 전부다.

그나마 3~4학급에는 전공 원감이 있지만, 1학급짜리 소규모 병설유치원에서는 교사 1인이 교육과 행정업무를 도맡는다. 1학급 유치원은 문제를 상의할 동료 교사가 없어 심적 부담도 크다. 이 같은 1학급 유치원이 도내 96개 병설유치원 중 66개원(68%)에 달한다.

이렇듯 제주가 병설유치원에만 의존하며 현장의 만성적인 문제들에조차 손을 대지 않는 사이, 제주지역 밖에서는 병설에서 더 나아가 단설유치원을 통해 유아교육의 질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현재 전국에는 319개의 단설유치원이 있는 가운데 올해만도 36곳이 더 문을 열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제주도교육청은 법적으로 만 3~5세에 열려있는 유아교육을 만 5세 위주로 축소하는 정책을 펴면서 소규모 유치원 교사들은 더 적은 교사들끼리 더 많은 일을 나누어 맡아야 하는 어려움까지 껴안고 있다.

단설유치원이 제주에 없음으로 인해 원장 자격을 갖고도 발령받을 곳이 없어 제주를 떠나는 고경력 교사들도 적지 않다.

25년째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한 교사는 “지금 교육청이 강조하는 것이 ‘수업의 질 개선’인데, 유아교육은 점점 교육에 몰두할 수 없는 구조로 고착화되고 있다”며 “현재 4~5개 반으로 운영되는 일부 초등 병설유치원을 단설로 바꾸고, 병설유치원에 대해서는 겸임 문제를 해소하는 등의 조치가 당장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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