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라산국립공원 입장료 2만원
환경 재원 마련·방문객 감소 효과
자동차 매연 생태훼손도 문제
차량 이용 접근 자체를 금지해야
전기차 셔틀버스도 바람직
한라산 지켜내야 할 최후의 보루
얼마 전 제주도 한 위원회에서 현재 무료인 한라산 국립공원 입장료를 2만원씩 받자는 제안을 냈다. 훼손된 환경을 복구하고 탐방코스를 정비하는데 드는 비용을 충당하는 외에 탐방객 수 자체도 줄여서 한라산의 생태환경을 보호하자는 의도다.
물론 관광업계에서는 관광객 수가 줄어들 것을 염려해서 반대를 하지만 제주도 당국은 한라산보호를 위해 좀 더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입장료로 환경 복구 재원도 마련하고 간접적인 진입장벽을 마련, 생태도 보호하는 ‘일석이조’의 정책으로 보는 것 같다.
한라산 탐방객 수는 2000년 50만명·2010년 100만명을 돌파한 후 2015년에 125만명에 이르렀다. 전문기관의 조사에 의하면 한라산 탐방객이 만족을 느낄 수 있는 적정 이용 한계는 1일 6000여 명이라고 한다. 매일 이 정도 탐방객이 한라산을 찾는다고 가정하면 연간 200만명까지도 수용 가능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건 평균으로 볼 때 얘기다. 이미 단풍철 주말 등 6000명을 능가하는 날이 적지 않다. 그래서 요즘에 와서는 탐방예약제나 탐방객 총량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여기서 2가지 의문이 생긴다. 우선 탐방객 수를 한계선 이하로 억제하고 있으면 한라산 생태환경이 보호될 수 있을까? 또 탐방객이 줄어들면 관광수입이 줄어들고 제주관광의 가치도 감소할 것이 아닌가?
첫 번째 의문과 관련해서는 5·16도로와 1100도로를 통행하는 차량에서 발생하는 매연과 소음의 피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평화로와 번영로 개통 이후 두 도로의 통행부담은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아직도 하루 수천대의 차량이 오가고 있다. 여기서 뿜어져 나오는 일산화탄소·질소산화물·황산화물 등 사람에게 암 등 치명적 질병을 유발하는 물질들을 한라산의 나무·풀 등 식물과 동물들이 마시고 있는 것이다.
사실 5·16도로와 1100도로는 개설할 때 한라산의 자연생태가치를 제대로 고려한 것은 아니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 간의 여객과 화물운송을 최단시간에 해결할 수 있는 도로를 최소의 비용으로 마련한다는 목표로 추진됐다.
꾸불꾸불 곡예구간이 많아 교통사고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금년 말에 애조로가 전 구간 개통되면 평화로·서귀포 산록도로·번영로와 함께 사각형을 이루면서 제주도 교통의 중심축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이 된다.
그렇지만 5·16도로와 1100도로 차량 통행에 의한 한라산 생태계 훼손은 계속 문제다. 그렇다고 두 도로를 폐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 가지 대안으로 통행량이 적은 밤 10시에서 새벽 4시 정도까지 이 두 도로의 정상 부근, 예를 들어 600고지 이상은 차량 통행을 금지시켜 자연생태계에 숨통을 터주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한라산 탐방객들의 교통수단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즉 탐방객들이 자가용이나 렌트카를 타고 와서 성판악·어리목·영실 주차장을 이용하면서 유발되는 생태계 훼손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특히 성판악은 주차면이 60면에 불과해서 평상시에도 갓길에 수백m씩 불법주차를 하고 있어 교통사고의 위험도 크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국제대 정문 부근 유휴지에 환승주차장을 건설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하고 성판악 주차장은 하루속히 폐쇄해야 할 것이다.
서울시도 남산보호를 위해 몇 년 전부터 부근 주차장을 폐쇄하고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전기차 홍보를 위해 무공해 전기 셔틀버스를 투입 방안도 검토해 봄직하다.
관광객들은 싸고 접근이 편리한 관광을 즐기길 원하면서도 한편으로 생태계보호에 관심이 높은 이중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 불편을 주더라도 제주와 같이 특색 있는 청정 생태계를 지키는 방향이라면 오히려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더구나 제주의 청정 이미지는 이미 해안도로와 저지대의 경우 상당 부분 개발이 되고 있기 때문에 한라산이 최후 보루가 되어 지켜나가야 할 상황이다. 따라서 한라산 생태계 보존은 제주의 미래가치를 높이는 것과 직결되어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