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설기관 겸임 업무 범위 명시 모호 병설유치원 업무 비협조적
교사 업무 가중…“교장보다 행정실장에 잘 보여야” 자조까지
매년 정기인사 시기가 되면 병설유치원 교사들은 동료들의 인사보다 행정실장에 누가 오는 지를 더 궁금해 한다. 초등학교와 병설유치원의 업무 분장이 모호해 사람에 따라 유치원의 업무를 처리해주기도 하고 떠밀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교감·교장 등 관리직 교원과 달리 행정실에 배치되는 지방공무원들의 경우 특정 초등학교로만 발령이 나는 단순한 문제에서부터 출발한다.
물론 제주도교육청이 공·사립학교의 보직교사 명칭과 공립학교의 행정사무조직에 관한 규칙 등에서 ‘상급학교 행정직원은 부설 기관에도 겸임발령을 받은 것으로 본다’고 명시했지만 상위법이 없어 갈등의 불씨는 잔존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현장에서는 초등학교 행정실에서 다시 병설유치원으로 업무를 떠넘기며 얼굴을 붉히는 일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11년째 재직 중인 한 유치원 교사는 “비협조적인 행정실 직원을 만나면 그 해에는 아이들 현장체험학습때 버스 대여 업무까지 맡게 된다”며 “교장보다 행정실장에게 더 잘 보여야 한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운 좋게 ‘친절한’ 행정실장을 만나더라도 외부 강사 채용, 보건, 급식 등 여타의 행정업무들까지 피할 수는 없다.
한 논문(제주지역 공립유치원 교사의 행정업무 지원방안 연구, 2015)에 따르면 제주지역 유치원 교사 1인이 실제 수업 외에 처리하는 행정업무는 1~2학급을 기준으로 평균 18종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제주는 1학급 유치원이 전체 병설 유치원의 70%에 달해 교사 1인당 업무 과부하 문제가 더 심각한 상황이다.
때문에 교육계 내부에서는 오래전부터 병설유치원이 있는 초등학교의 경우 발령지에 초등학교와 병설유치원을 둘 다 명시함으로써 행정직 공무원들에게 겸임 발령의 인식을 또렷이 심어 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돼왔다.
일각에서는 교장과 교감처럼 일반직 공무원들에게도 겸직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법적인 지급 근거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유치원 교사들은 “초등학교 교장들이 교사와 행정실의 업무를 명확히 구분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지만, 대부분의 교장들은 병설유치원 원장을 겸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이 문제에는 무관심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