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관광의 경제효과 대부분이 대기업 면세점에 집중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의 타개책으로 제주도가 내년 ‘크루즈관광 1조원 시대’를 위한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을 추진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제주를 방문한 크루즈관광은 507회 기항(寄港)에 관광객 120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285회 62만2000명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이로 인한 지역경제 파급 효과는 모두 6502억원으로 추산됐다. 입출항료와 터미널 이용료 등 항만수입이 81억1900만원이고, 예·도선료와 관광통역 안내원 및 선식공급 등 민간 수입이 216억9200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6204억원 가량은 쇼핑 금액으로 분류됐다. 도는 이 가운데 80% 이상이 대기업 계열의 면세점에서 사용된 것으로 추정했다. 면세점 쇼핑에만 대략 5000억원 가량 쓰였다는 계산이다.
이처럼 크루즈관광 활성화에도 불구하고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미미했다. 크루즈 혜택을 독식(獨食)하고 있는 도내 면세점의 지역경제 기여 또한 수천억원의 매출과는 달리 고작 200여억원(종사자 인건비 등 직접적 기여)에 불과했다.
당초 기대한 것은 맨 위의 그릇에 물이 가득 차 넘치면 아래 그릇으로 자연스레 흘러내리는 ‘낙수(落水) 효과’였다. 하지만 현실은 추수한 후 땅에 떨어진 이삭을 줍는 ‘낙수(落穗) 효과’에 그치고 만 것이다.
제주도가 ‘2018년 제주 크루즈관광 1조원 시대 개막을 위한 지역상권 연계 경제활성화 대책’을 내놓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를 위해 도는 크루즈관광의 질적 성장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고, 새로운 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해 크루즈 관광객의 전통시장 및 원도심 유인을 추진키로 했다. 지역상권 방문 실적 등을 보고 선석 배정 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제시됐다.
그러나 이 같은 방안만 갖고 지역경제가 활성화 될 런지는 의문이다. 현재 크루즈관광의 문제점은 인바운드 여행사가 리베이트(수수료)를 챙길 수 있는 면세점만을 이용하고, 여행사의 쇼핑 강요와 형식적 기항지 관광, 관광객들의 면세점상품 구매 선호 등으로 대별된다.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점 개선 없이 도가 발표한 대책만으론 큰 효과를 기대할 수가 없다. ‘크루즈관광 1조원 시대’의 열매를 따 먹기 위해선 제주도가 좀 더 넓은 시각으로 불합리한 관광구조를 대폭 개선하는 등 특단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