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발주 사업의 입찰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전자입찰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
도내 굴지의 건설업체가 2014년부터 자회사와 담합, 항만공사를 낙찰 받아 수백 억 원대의 부당이득을 올렸으나 당국은 최근까지 이 같은 사실을 까마득히 몰랐다.
서귀포해양경비안전서는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로 A건설업체 대표(67) 등 6명과 업체 3곳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6일 밝혔다.
해경에 따르면 A업체는 2014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도내 관급 항만 공사 입찰에 참여하면서 자회사 2곳과 투찰 금액을 맞춘 뒤 모두 663차례에 걸쳐 응찰, 8건을 낙찰 받아 103억 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다.
이번에 적발된 A업체는 자회사 2곳에 입찰 담당 직원을 두고 사실상 같은 사무실을 사용해왔다고 한다. 말이 자회사지 입찰에 있어서는 A업체와 이들은 사실상 같은 회사다. 낙찰 확률을 높이기 위해 부정한 방법을 쓴 것이다.
이들은 전자입찰시스템의 경우 IP 주소가 같으면 투찰이 제한되는 점을 알고 각기 다른 컴퓨터로 다른 회사 인터넷을 사용해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입찰 담당 직원들은 투찰 금액이 겹치지 않도록 사전 공모해 금액을 정하고, 투찰 가능한 공사 업종별로 입찰할 회사까지 미리 지정해 놓고 중복 입찰하는 등의 치밀함을 보였다.
해경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해양·항만 공사 관련 입찰에 대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담합 등 부정입찰행위는 전자입찰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 사안이다. 업체의 여죄나 다른 업체의 유사한 범죄행위를 조사해 문제가 있으면 일벌백계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전자입찰시스템의 허점이 결과적으로 부정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란 점을 유념해야 한다. 부정입찰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담합 등을 유발하는 제도적 요인을 우선 개선해야 한다. 당국은 부정입찰을 막을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국가전자조달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곧추세우는 노력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