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외된 이웃에 봉사하는 사람들
사랑 가치 일깨우는 그들과 동행
지금쯤이면 어린 아이들은 세뱃돈 받을 부푼 설렘이 가득 차 있을 시간이다. 어머니들은 정성껏 음식 장만을 하느라 분주한 손길이 이어지고 있을 시간이다.
설날이 내일로 다가왔다. 먼 곳에 떨어져 있던 친지와 친구를 만나는 정겨움이 있고, 큰 웃음으로 덕담을 보내는 넉넉함이 있기에 설날은 푸른 풍경으로 다가온다.
설날은 새로운 꿈이 시작하는 날이다. 생채기 났던 아픈 상처들을 지우고 마음 속 새로운 다짐으로 희망을 위한 첫 걸음을 준비하는 날이 바로 설날이다. 찬란한 여명을 알리는 닭 울음처럼 정유년 새해에는 모든 이들의 꿈들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지난 연말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지역 행사 관계로 다른 날보다 늦게 집으로 들어서다 무심결에 우편함을 열어 보았더니 고지서 몇 장 속에 편지가 있었다.
발신인의 이름이 적혀 있지 않은 물음표의 편지였다. 손 글씨로 정성껏 써내려간 그 편지는 동네의 어느 할머니께서 보내신 ‘마음’이었다.
할머니는 혼자 사시고 경제적으로 넉넉하지는 않지만 마음은 늘 행복하다 하셨다. 자기를 어머니처럼 생각해 주는 동네의 많은 사람들이 외롭지 않게 도와주고 있다며, 얼마 전에는 김장을 보내주어서 맛있게 먹고 있다며 너무나 고맙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 모든 사람에게 편지를 쓰고 싶지만 의원님께 보내니 그분들에게 꼭 마음을 전해 달라는 당부로 편지는 끝났다.
누구인지 짐작이 가는 어르신이었다. 그 편지를 읽으며 할머니께서 편지를 쓰는 모습을 떠올려봤다. 마음 한 자락 한 자락을 글에 담으며 정의 소중함을 할머니는 꼭 껴안았으리라! 우편함을 열면 편지는 없고 고지서뿐인 시대에, 간단한 문자 메시지 한 통으로 소식을 전하는 시대에 할머니가 전해 준 편지 한 통은 소중한 의미로 다가왔다.
세상은 몇 사람의 독단과 독선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다. 화려해 보이는 그들의 시간이 자기만을 위하는 축제의 장이 되었을 때 얼마나 혼란하고 절망스러운지 그리고 그 끝을 지금 우리는 절실히 보고 있다. 세상의 작은 골목에서 할머니께 사랑을 전하려는 작은 마음들과 그 사랑을 옷깃 여민 가슴으로 간직한 할머니의 마음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임을 배우게 되었다.
벅차오르는 감동을 누르며 할머니께 답장을 쓰는 순간 먼 시절의 기억들이 떠올랐다. 누구에게도 말 못하는 고민을 친구에게 편지로 남겼었고, 아내에게 연서를 쓰며 잠 못 드는 그리움을 담아 보내었다. 초등학교 입학하는 큰딸에게 사랑의 응원을 보냈었는데 편지라는 이름은 희미한 옛 그림자가 되고 말았다.
정유년, 올 한 해는 다시 편지에 마음을 담아야겠다. 사람에게 힘이 되어주는 격려와 용기의 글로, 서로 다른 생각이더라도 이해와 넉넉함이 있는 글로, 좋은 웃음이 묻어 있는 따스한 사랑의 글을 보내고 싶다.
지난 해 보건복지안전위원장으로 일하면서 많은 걸 배우고 느낄 수 있었다. 우리 주변의 소외된 이웃을 위해 일하는 자원봉사자들을 마주 접하며 사람의 소중한 가치는 사랑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나누면 나눌수록 커지고, 베풀면 베풀수록 늘어나는 게 사람의 마음임을 그분들은 말없이 실천하고 있었다.
올해에도 그분들의 끝없는 사랑은 계속 될 것이다. 그분들과 웃음과 눈물을 함께 나누는 동행의 길을 걷겠다고 다시 다짐하게 되는 시간이다.
설날은 겨울에도 봄이 머무는 시간이다. 서늘한 바람이 아무리 차가워도 마음의 따스함이 웃음을 만들고, 새싹보다 더 푸른 새로운 꿈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날에도 더 외로워지고 더 아파하는 우리의 이웃들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어둠을 밝힌 촛불처럼 마음의 등불을 밝힌다면 우리의 이웃들은 조금은 더 웃을 수 있으리라. 조금은 더 행복해 질 수 있으리라. 다시 시작이다. 희망으로, 사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