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지난해 9월부터 본격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제주지역 1차 산업이 직격탄(直擊彈)을 맞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 연관성 등에 상관 없이 몸을 사리는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확산되면서 지역경제 위축 및 침체로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김영란법’으로 인한 피해는 농축수산업과 화훼 등 도내 1차 산업 전 분야에 해당된다. 식당가도 예외는 아니다. 예컨대 제주산 옥돔이나 갈치 등 고급 어종의 경우 관련법에 규정된 5만원 이하로 선물패키지를 구성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라봉 등 감귤류와 축산물도 마찬가지다. 화훼업 또한 공직자를 중심으로 승진 축하 화환 등을 받는 것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여서 함께 된서리를 맞고 있다.
때문에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인 설 대목을 앞두고도 관련 종사자와 상인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대신 중국산 옥돔 등 외국에서 들여온 수입류가 그 빈자리를 꿰차고 있는 중이다. ‘청탁 금지’란 좋은 명분(名分)과는 달리 오히려 서민들을 옥죄는 법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희룡 지사도 지난 23일 주간정책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청탁금지법의 시행으로 1차 산업 소비가 과도하게 위축되고 판로가 막혀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농산물과 축산물, 화훼와 꽃집 등 1차 산업 및 이와 연결된 유통자영업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도 차원의 지원 대책들을 점검해 달라”고 관계부서에 주문했다.
그러나 원 지사의 이런 지시에 과연 진정성(眞情性)이 담겨 있는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제주도가 설 명절을 앞둬 ‘청렴주의보’를 발령한 것은 단적인 예다. 물론 이 같은 조치는 금품 및 향응 등의 수수 행위를 경계한 것이다. 하지만 청렴주의보까지 발령되어 공직사회가 경직(硬直)된 상황에서 1차 산업 활성화를 기대하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현재 농산물과 축산물, 특히 화훼업과 꽃집의 경우 청탁금지법에 해당되지 않은 경우까지 과도하게 위축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 중인 ‘한 테이블에 꽃 화분 하나 놓기 운동’ 등은 아주 좋은 사례로 적극 참고할 필요가 있다.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공공(公共)의 수요를 창출하는 등 특단의 대책 마련이 요구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