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주에 건축 붐이 일면서 지역 곳곳이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른바 ‘토지 쪼개기’가 난개발을 부채질하는 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법원이 토지 쪼개기와 관련해 의미 있는 결정을 했다. 각종 규제를 회피할 목적으로 토지 쪼개기 방식의 주택건설사업 불허는 정당하다고 판결한 것이다.
제주지방법원 행정부는 지난 20일 A사가 제주시를 상대로 제기한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취소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A사는 2015년 12월 애월읍 고성리 9필지 4835㎡에 40세대 규모의 연립주택을 짓겠다며 제주시에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 신청을 했다.
그런데 해당 부지는 앞서 B사가 단독주택 80세대 등 건축을 계획했던 곳이다. B사는 건축허가까지 받았지만 사업부지 총 2만7004㎡를 A사 등 6곳에 매각했다. A사를 비롯한 6곳은 이 부지를 5000㎡ 미만으로 쪼개고, 각기 연립주택 건설을 추진했다. 이는 환경영향평가 등을 회피하기 위한 편법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사업부지가 5000㎡ 미만이면 재해영향성검토와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또 세대수 50세대 미만은 도시계획조례상 너비 10m 이상의 인접도로 요건도 피할 수 있다.
제주시는 A사가 나머지 5개사와 사실상 동일한 공동주택단지를 건설하려는 것으로 보고 사업계획승인 신청을 반려했다.
법원은 제주시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고와 인근 건설사업을 추진한 업체의 인적구성과 설립경위를 보면 동일한 건축사업으로 판단된다”며 “승인 거절은 공익상의 목적을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토지 쪼개기로 건축사업을 추진하다 소송으로까지 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편법으로 이뤄지던 쪼개기 건축에 대한 당국의 불허처분의 정당성이 확보된 셈이다. 하지만 유사한 건축사업을 확실히 막기 위해서는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제주도는 쪼개기 방지 등을 위해 추진하는 도시계획조례 개정 작업을 신속히 마무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