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배 “진상규명 사건 왜곡 시 처벌근거 마련”

“그동안 제주 4‧3 사건이 섬이라는 지역적 공간성을 한계로 하고 있다 보니 늘 수구 세력의 공격 대상이 됐다. 4‧3을 넘어서는 4‧3. 평화와 인권이 만나고, 세계적인 것과 만나는 4‧3이 돼야 더는 흔들기를 당하지 않을 것이다.”
김수열 제주작가회의 회장은 18일 오후 제주시 벤처마루에서 열린 ‘제주 4‧3 70주년,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위성곤‧오영훈‧강창일 국회의원(민주당)과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준비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이날 토론회는 내년 제주 4‧3 70주년을 앞두고 4‧3 정명 문제, 유가족 배‧보상 문제, 행방불명자 문제 등 앞으로 4‧3이 가야 할 길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됐다.
김 회장은 “4‧3 논의 초기에는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주를 이루다가 그 뒤에 화해와 상생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겉보기에 자치단체 산하에 4‧3사업소가 들어서는 등 4‧3의 지평이 넓어진 듯 보이지만, 4‧3은 ‘정명’조차 이뤄지지 않은 채 60년을 훌쩍 뛰어넘었다”고 진단했다. 이어 “70주년을 기점으로 미래 세대에게 양민을 학살한 권력의 본질을 알리고, 평화‧인권 등 4‧3 정신을 기억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주제발표에 나선 이규배 제주국제대학교 교수는 “4‧3특별법을 토대로 대통령이 사과까지 했지만, 아직도 극우 세력이 희생자에 대해서 빨갱이라고 하는 등 4‧3 흔들기를 계속하고 있다”며 “독일에서처럼 역사적으로 진상규명된 사건에 대해 사실을 왜곡하거나 희생자의 인격을 훼손할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오임종 4‧3유족회 상임부회장도 “제도를 통해 더는 유족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자리에는 그동안 4‧3 사건 당시 여성의 피해에 대해 진상 규명이 부족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영순 제주여민회 공동대표는 “4‧3 사건 구술사를 살펴보면 대부분 남성의 시각에서 여성의 피해를 바라보다보니 빠진 부분이 많다”며 “당시 여성의 피해 상황을 분명히 하지 않는 한 4‧3에 대해서 제대로 이야기할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여성 관련 연구를 체계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