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맛이에요" 물가 급등에 상인•손님 ‘이구동성’
"죽을맛이에요" 물가 급등에 상인•손님 ‘이구동성’
  • 고상현 기자
  • 승인 2017.01.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시오일시장 현장르포
▲ 17일 제주시민속오일시장 모습.

17일 오전 11시40분께 제주시민속오일시장 내 한 식당. 주인 김모(48‧여)씨가 손님들이 주문한 음식을 바쁘게 조리하며 이렇게 말했다. 최근 야채, 달걀 등 재료값이 크게 올라 음식을 팔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김씨는 “요즘처럼 물가가 올랐을 때 1000원 정도 가격을 올리고 싶지만, 시장에서는 저렴하게 팔수밖에 없기 때문에 가격 인상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조류독감(AI), 작년 태풍 ‘차바’ 등의 영향으로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대체로 이날 시장 상인들의 얼굴에는 시름이 가득했다. 특히 설 명절 대목을 맞은 시기여서 상인들의 걱정은 더 컸다. 야채를 판매하는 고모(65‧여)씨는 “태풍 ‘차바’ 이후 작황이 좋지 않아 채소 값이 많이 올라 손님들이 ‘비싸다’는 말을 많이 한다”며 “매출도 그 전보다 30% 감소했다. 대목인데 정말 답답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전국 19개 지역 전통시장 및 대형마트 45곳을 대상으로 차례상에 오르는 28개 품목에 대한 가격을 조사한 결과 평균 차례상 차림 비용은 전통시장 25만4000원으로 전년보다 8.1% 올랐다. 일부 품목의 경우 제주가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제주 지역 배추 값은 13일 기준 1포기당 4580원으로 전국 평균 4108원을 크게 상회했다. 무 역시 1개당 전국 평균(2775원)보다 높은 2830원이다.

이처럼 설 명절을 앞둔 시점에서 장바구니 물가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시장을 찾은 서민들은 걱정부터 앞서고 있다. 설음식을 미리 준비하기 위해 시장을 찾았다는 김인후(82‧여)씨는 “지난번에도 비쌌는데 오늘 오니깐 더 가격이 뛰어올랐다”며 “명절 직전에 또 재료들을 사러 와야 하는데 부담이 크다”고 했다. 이모(49‧여)씨도 “과일을 사러 왔는데 평소보다 1000~2000원 올라서 부담돼 돌아섰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발길을 돌아서는 손님들을 붙잡기 위해 가격을 내리는 등 고육지책을 쓴 상인들도 눈에 띄었다. 한 과일 가게 상인은 애초에 ‘배 5개에 만원’ ‘사과 7개에 만원’ 등이라고 가격표에 썼다가 ‘X’표를 하고 각각 과일 개수 2개씩 늘렸다. 이 상인은 “아침엔 손님이 전혀 없었는데 이렇게 고치니깐 좀 오기 시작했다”며 “시장 인심이란 게 있는데 손해 좀 보더라도 싸게 팔려고 한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