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세의 ‘동방순례’ 주인공 레오
순례단의 하인으로 허드렛일 도맡아
그가 사라지자 순례단 중단
‘레오’ 리더이자 정신적 지주
상대방 존중하는 서번트리더십
우리도 이런 지도자 필요
헤르멘 헤세 ‘동방순례’의 주인공 레오는 동방 순례길에 나선 단체 순례단의 하인으로 허드렛일을 도맡아 했다. 그는 여행에 있어서 일어날 수 있는 돌발 상황에서도 다양한 지식과 경험으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왔고, 그들이 말하기 전에 원하는 바를 정확히 알고 섬겼다.
힘든 순례길에 순례자들을 즐겁게 해주면서 포기하지 않게 용기를 북돋워주기도 했다. 그런 레오가 어느 날 실종됐다. 순례단 사람들은 처음에는 그냥 레오가 사라진 것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레오의 빈자리가 컸다. 결국 혼란에 빠지게 되고, 그 순례길은 중단되고 만다.
나중에 이 레오를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 실제로 이 레오가 교단을 이끌던 리더이자 정신적 지도자임을 알게 된다. 이 소설에 착안하여 미국의 경영컨설턴트이자 AT&T에서 부사장을 지낸 로버트 그린리프 발표한 리더십이 ‘서번트리더십(Servant Leadership)’이다.
서번트리더십의 ‘Servant’는 ‘하인’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직역하면 하인의 리더십, ‘섬기는 리더십’을 말한다. 기존의 많은 리더십들이 리더가 중심이었다면, 서번트리더십은 상대방에게 중심이 있다.
즉 리더의 역할은 자신의 의견만을 주장해서 이끌어가는 리더가 아닌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여, 그들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여, 그 모든 것을 바탕으로 조직을 이끌어가는 것을 말한다. 이것이 바로 서번트리더십의 핵심이다.
지금 우리의 현 상황에 필요한 사람이 바로 서번트리더십을 갖춘 리더라 할 수 있다. 한 나라를 이끌어가는 대통령의 불통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는지는 최근의 상황을 보면 정확히 알 것이다.
그리고 국민을 대표하여 국가를 잘 이끌어가라고 뽑은 대리인들이, 촛불로 대변됐던 국민들의 절규에 대해 ‘시간이 지나면 촛불은 곧 꺼질 것’이라고 막말하고 폄하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에게는 왜 레오와 같은 리더가 없음을 안타까워한다.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고 무엇을 열망하고 원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서번트리더가 갖고 있는 소통능력이 꼭 필요하다.
이 소통에 있어서 주의해야 할 점은 자신이 듣고 싶은 말만 듣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열린 마음이다. 예전처럼 신문·방송과 같은 언론이나 보좌관들에 의해서만 국민의 뜻을 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SNS를 통해서 국민들이 생각한 바, 원하는 것들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을 보고 들을 수 있고, 질의응답을 통해서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소통을 통해서 다양한 생각과 목소리를 들었다면 그 다음에 필요한 것은 어떠한 저항이나 어려움이 닥쳤을 때도 헤쳐 나갈 수 있는 돌파력과 추진력이 필요하다. 곪을 때로 곪아서 터져버린 상처를 도려내기 위해서는 엄청난 고통이 뒤따르게 된다. 만약 그러한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 기존대로 상처를 덮어 버린다면 상처를 도려내는 단계가 아닌, 손과 다리를 잘라버리거나 아예 치료할 수 없어 사망에 이르게 될 것이다.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의 대사 중에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저항은 어떠한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해나가는 거”라는 말이 있다. 지금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리더는 사리사욕과 권력남용을 하는 리더가 아니라, 국민의 소리를 듣고, 그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고, 국민의 뜻이 무엇인지를 아는 서번트리더다.
국민을 대표하는 자신의 자리의 무게와 그 자리에 주어진 일과 책임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고 어떤 저항이 있어도 뚫고 해결 해나가는 돌파력을 갖춘 리더다. 그러기 위해선 국민들도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언론이나 방송에 또는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며 “모든 정치인은, 리더는 모두 똑같아”라고 방관하거나 체념하지 말자. 촛불을 들었을 때의 마음을 잊지 말아야한다. 자신의 뜻을 정확히 말하고, 그대로 실천해줄 수 있는 리더를 현명하게 찾아야 한다. 그래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대통령 탄핵까지 이어지며 흔들리고 있는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는 일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