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고지증명제도는 차량 급증에 따른 주차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고육책(苦肉策)이다. 제주시는 그동안 대형자동차에만 적용해왔던 차고지증명제를 올해부터 경차와 전기차를 제외한 모든 차종(중형차)으로 확대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누울 곳을 보고 다리도 뻗으라’고 했다. 현실을 전혀 고려치 않은 일방통행(一方通行)식 행정이 본격적인 제도 시행 이전부터 시민들의 반발만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재 드러난 문제점은 한 둘이 아니다. 제주시는 올해 출고되는 승용차량 중 배기량 1600cc, 길이 4.7m, 너비 1.7m, 높이 2.0m 기준에 저촉되는 모든 차량을 ‘중형차’로 분류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배기량 1400cc 크루즈(쉐보레) 차량인 경우 길이와 높이 등은 소형차에 속하지만, 너비(1.79m)가 기준보다 불과 9㎝ 길다는 이유로 중형자동차에 포함된다. 또 준중형차인 아반떼(현대)나 SM3(르노삼성) 및 K3(기아) 등도 소형차 크기 기준보다 넓다는 이유만으로 중형차 범주에 속하게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태부족한 주차 인프라(차고지) 문제도 제도 시행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제주시는 공공재산 사유화를 막는다는 구실로 공영주차장을 차고지로 사용하는 것을 불허(不許)키로 했다. 그러면서 그 대안으로 민영 및 마을회관 주차장 이용을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대안으로 제시된 곳들은 기존 차량 수용에도 한계를 보이는 실정으로, 차고지 문제 해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지금 제주시가 펴는 정책은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사람은 아예 차를 사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다. 따라서 생활 여건상 차가 꼭 필요하다면 읍면지역으로 위장(僞裝) 전입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행정이 불·탈법을 부추기는 꼴이 아닐 수 없다.
차고지증명제의 필요성을 모르는 바 아니나, 이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간다면 그 정책은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차고지증명제가 실효(實效)를 거두려면 중형차에 대한 모호한 기준부터 재조정하고 공영주차장 활용 문제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아무리 목적이 좋다고 모든 것이 합리화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