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나아지겠지”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나아지겠지”
  • 오수진 기자
  • 승인 2017.0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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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 버스에서 만난 시민들의 이야기

2017년 1월 1일 새해 첫 날 아침, 그 여느 날과 다르지 않게 시민들의 부지런한 하루는 시작됐다. 유난히도 밝아 보였던 새해 아침이었지만, 찬바람을 맞으며 다가오는 첫 차를 기다리는 시민들의 얼굴에서는 새해의 설렘보단 슬프게도 ‘어제와 다름없는’ 하루의 시작이라는 그 의미가 더 깊어보였다.

오전 6시30분 제주시청에서 신제주 방면으로 향하는 버스에서는 시장으로 향하는 80대 노인, 직장인, 학생 등 아침을 깨우는 많은 시민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아파트 경비 일을 한다는 강경모(77)씨는 “지난해는 뭐가 그리 바쁘고 정신이 없었는지 모르겠다”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나라도 정신없고, 살림살이는 더 팍팍해지고….”

찜질방에서 마지막 근무를 하고 퇴근 중이라는 강숙자씨(55)도 새벽 내내 고민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강씨는 “또 다른 일거리를 찾아야 하는데, 잘 될지 모르겠다”며 “첫 손녀가 얼마 전 태어났는데, 예쁜 옷 한 벌, 장난감 하나 사줄 수 있는 할머니가 됐으면 한다. 그 뿐이다”고 새해 목표를 전했다.

옆 자리에 앉아있던 강지은(29·여·가명)씨는 은행원이다. 지난해에는 아침 7시부터 밤 9시까지 일하고, 회식하고, 집에 오고. 그렇게 반복적인 패턴대로만 살았다고 했다. 새해부턴 의미 있는 무언가를 해보기 위해 새해 첫날 새벽부터 ‘운동 하러 가는 길’이라고 상기된 모습을 내비쳤다. “일만 하다 보니 내 주변을 둘러보지 못했던 것 같다. 올해는 주변 사람들도 챙기고, 나도 돌아보며 마지막 20대를 보내고 싶다”고 웃어보였다.

청년들도 마주했다. 군대 가기 전 마지막 송년회를 하고 새벽까지 술을 마시다 귀가한다는 대학생 송창희(21)씨와 김민수(21)씨. 지난 밤 촛불집회에도 참석했다는 이들은 나라에 대한 서운함과 기대감을 동시에 표출했다. “군대에 가는 것이 두렵기도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나라를 위해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며 “과연 새해가 되면, 대통령이 바뀌면 우리나라는 좀 더 나아질까 싶지만, 그게 우려로만 끝나길 희망한다”고 소망했다.

이렇게 오늘 첫차에 오른 시민들은 새해 첫날이 평범하면서도 또 특별했다. 해가 뜨기 전부터 북적거리던 버스는 ‘새해도 특별할 것 없다’는 시민들의 표현과는 달리, 가슴 한 켠에 남몰래 품고 있는 새해의 소망과 꿈들을 전해 싣고 2017년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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