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엔 ‘감동의 정치’ 기대한다
새해엔 ‘감동의 정치’ 기대한다
  • 한경훈
  • 승인 2016.12.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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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정농단 ‘황당’ 리얼드라마
우리사회 모든 이슈 블랙홀에 빠져
국민들 ‘웃픈’ 현실에 절망감 극심

병신년 보내며 새해 희망 그리지만
정치·경제 상황은 녹록지 않은 실정
정치인들 역할 제대로 뭔가 보여줘야

정치의 기능은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어 웃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정치 현실은 국민들의 짜증을 돋우고 헛웃음만 자아내게 한다. 1980년대 코미디계 황제로 군림했던 故이주일 씨는 1996년 정계은퇴를 선언하면서 유명한 말을 남겼다. “4년 동안 코미디 공부 많이 하고 떠난다”

이씨는 자신의 유행어 “뭔가 보여드리겠습니다”를 모토로 내걸고 1992년 제14대 국회의원 선거에 나서 당선됐다. 하지만 그는 정치에 대한 회의로 다음 총선에 불출마하고 연예계로 복귀했다. 정치판을 떠나는 순간 코미디의 황제다운 풍자와 블랙코미디 감각이 빛났다. 우리나라 국회를 코미디언인 자기보다 더 웃기는 사람들이 모여 정치하는 곳이라고 꼬집었다. 정치판 현실에 대한 그의 냉소적 평가는 당시 많은 국민의 공감을 샀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재미에 있어 그 어떤 코미디나 예능 프로그램을 능가하는 리얼 드라마가 펼쳐지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그것이다.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벌인 일은 황당하다. 웃기는 정도가 국회의원 저리 가라이다. 국가 운영의 기본이 내팽겨진 채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 개입이 무시로 자행됐다. 더욱 놀라운 것은 국가행정력이 강남 아줌마 최씨의 국정 농단을 전혀 막지 못했다는 점이다.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공직자들이 방조 혹은 방관,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면서 국정농단에 부역을 했다.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대통령 말씀자료를 보내주면 최순실이 수정하고 밑줄을 쳤다”고 말했다고 국회 국정조사 특위가 밝혔다. 그는 “인사안을 발표할 때 발표 내용에 대해서는 (최씨의) 수정을 받을 필요가 있었다”고도 설명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어이상실이다. 이주일 씨가 최순실 게이트를 봤다면 “청와대와 정부에 웃기는 인간들 정말 많다”고 한마디 했음직하다. 최순실의 면면이 조금씩 드러나는 것을 보면서 국민들은 “저 정도의 아녀자가 국정을 농단했다니…”하고 쓴웃음을 짓고 있다.

 

2016년 병신년(丙申年)은 우리 역사에서 파란만장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올해는 그야말로 다사다난(多事多難)했다. 북한 핵실험에 이은 개성공단 폐쇄, 경주 대지진, 사드 논란,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등 굵직한 사건이 줄지어 발생했다. 이 중 압권은 국정농단사건이다.

교수신문은 2016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군주민수(君舟民水)’를 선정했다. ‘강물(백성)이 화가 나면 배(임금)를 뒤집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현실화하고 있다. 국정 최고 책임자의 실정(失政)을 참다못한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일어서 대통령 탄핵의 길을 열었다.

지난 10월 이후 한국 사회의 모든 이슈는 최순실 게이트라는 블랙홀에 빨려들고 있다. 박 대통령과 최씨 일가가 40여 년 간 질긴 인연을 이어오면서 빚은 드라마는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이를 보는 국민들 심정은 한마디로 ‘웃프다’(웃기고 슬프다)이다. 박 대통령과 최순실의 말도 안 되는 국가권력 사유화 놀음에 국민들은 절망하고 있다.

우울했던 병신년을 마감하면서 국민 누구나 희망의 새해를 맞기를 고대할 것이다. 국민들이 내년엔 진정으로 웃을 수 있을까. 늘 그렇듯 상황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지금 한국의 정치·경제 상황은 엄중하다. 정치적으로는 내년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탄핵 인용이 안 될 경우 우리 정치는 엄청난 소용돌이에 빠질 수밖에 없다.

경제적으로는 내수가 좋지 않은데다 고병원성 AI(조류 인플루엔자)까지 확산되고 있다. 대외 여건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사드 배치 시 중국의 경제보복이 현실화할 수도 있다. 그러면 제주지역 경제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더욱이 연말에 라면값 인상 등 서민들의 생활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내년에도 도내 공공요금이 줄줄이 올라 서민들의 생활을 더욱 어렵게 할 것으로 우려된다.

결국 정치가 희망을 줘야 한다. 정치인들이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 내년에 대선(大選)이라는 중요한 정치 일정이 있다. 새해엔 국민들을 진정으로 웃게 해 주는 정치, 감동과 시원함을 선사하는 정치다운 정치를 그래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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