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계속되는 무더위에도 견디기 어려운데 나라꼴 되어가는 걸 보니 세삼 열 받는다.
서민경제는 도대체 개선될 조짐이라고는 눈꼽만큼도 보이질 않고 있는데도 소위 국가경영을 책임진 권력자들은 불법도청관련 X파일로 처절한 생존게임에만 열중하고, 가진자들은 각종비리와 경영권 알력, 노사분쟁 등으로 나라전체가 어수선하니 속 터진다.
한편에서는 세계경제 11위 OECD국가로서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빨리 열어야 한다고 아우성치고‘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며 주5일 근무에 여가ㆍ레저문화와 웰빙인생을 소개하는 각종 광고의 유혹이 신문 지면마다 넘쳐나고 있는 동안 우리사회 다른 한편에서는 절대적인 삶의 조건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빈곤층이 전체인구의 15%에 해당하는 700만명을 넘었다.
이처럼 우리사회의 허리에 해당되는 중산층 가정이 하염없이 무너지고 빈곤계층으로 추락하여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불황의 장기화로 청·장년층의 실업률도 꾸준히 증가하면서 잠재적 빈곤층이 점점 증가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더불어 가족해체도 늘어나면서 경제능력이 없는 여성가구주의 빈곤층도 증가하고, 인구구조의 고령화가 진전됨에 따라 준비 없는 노후를 맞이한 빈곤노인의 가구도 대폭 증가할 전망이다.
장기불황의 충격파가 고소득층 보다는 중산층에, 그리고 사회적 약자에 훨씬 크게 영향을 주어 중산층이 급격히 몰락하면서 부익부 빈익빈의 사회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고착화 되어가고 있다.
빈부격차는 필연적으로 사회경제적 갈등을 야기하여 우리사회의 통합기반이 잠식되고 불안요인이 크게 증대될 위험성이 높아져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낳는다.
근본적으로 성장이 우선이냐 분배가 우선이냐 라는 논쟁은 경제난 극복이 시급한 현시점에서는 그다지 중요한 논쟁거리가 아니다. 왜냐하면 성장과 분배는 동전의 양면과 같기 때문이다.
성장이 저조하면 고용이 불안해지고 결국 이태백, 사오정, 오륙도를 양산하게 되고 가정경제가 취약하면 소비도 위축되어 결국 기업도 내수시장도 모두 침체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된다. 동시에 최소한의 생존권조차 위협받는 빈곤층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와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 분배없는 성장도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은 미래가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있을 때 삶의 욕구와 일할 의욕이 생겨 사회전체가 활력이 생긴다. 하지만 이러한 희망이 점차 약해질 때 인간은 자포자기에 빠진다. 따라서 빈곤한 이웃의 그늘진 고통을 그대로 두고서는 우리사회에 미래란 없다.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희망찬 사회가 아니라 하루하루를 처절한 생존투쟁으로 채워가게 될 뿐이다.
우리나라가 1960, 1970년대 고도성장기의 역동성을 회복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무엇보다 사회안전망 확충에 반론이 있을 수 없지만 당장 모든 것을 해결하겠다는 식의 정치적 접근은 경계해야 한다. 빈곤의 원인을 치유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 빈곤문화가 고착되지 않도록 계층의 하향 이동을 막는 고용안정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 기업, 노동자 모두 발상의 대전환을 해야 한다
대물림한 빈곤이 또다시 대물림 되지 않는 사회, 누구나 꿈을 가질 수 있는 사회를 위한 고민이 정말로 시작돼야 할 때다.
이 광 래<제주관광대 사회복지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