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실(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파문으로 인해 연말 어려운 이웃돕기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이 즈음이면 숱하게 답지하던 온정이 올해 유난히 인색해지며 ‘기부 한파(寒波)’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실제로 지난 20일 오후 제주시 구 세무서 사거리에 있는 ‘사랑의 온도탑’의 온도는 24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운영하는 ‘사랑의 온도탑’은 목표액의 1%가 모금될 때마다 1도씩 올라간다.
제주공동모금회의 이번 목표액은 40억원. 24도면 불우이웃 성금이 채 10억원도 모금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 온도탑이 설치된 것은 지난 11월 21일로 한 달이 다 됐다. 비록 내년 1월까지 ‘사랑의 온도탑’을 운영한다고 하지만, 이웃돕기 성금이 12월에 집중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목표 달성은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최순실 등 비선(秘線) 실세의 국정농단에 “이게 나라냐”며 환멸과 염증을 느낀 국민들이 등을 돌린 결과라고 진단한다. 이와 함께 어지러운 나라 분위기로 정치와 경제 등 사회 전반이 얼어붙은 것도 모금 저조에 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길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의 반응 역시 마찬가지였다. 우리 정부와 사회에 대한 불신(不信) 때문에 모금이나 성금 등에 더 이상 신경을 쓰고 싶지 않다는 것. 지금까지는 작은 돈이라도 기부했었는데, 이제는 기부를 하면 이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어 꺼려진다는 게 사람들의 이구동성이었다.
나라가 어지럽고 어려울 때 가장 큰 고통을 받는 계층은 다름 아닌 가난한 서민과 불우 이웃들이다. 그동안은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이들을 다독여왔는데 올해의 경우 국민들이 큰 자괴감과 상실감에 빠져 이마저도 기대키 어렵게 됐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정농단의 당사자들인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등은 “우리는 아무런 잘못도 없다”고 뻔뻔하게 주장한다. 벼룩의 낯짝만한 양심도 없는 몰염치(沒廉恥)한 이들의 행태를 보면서, 불우 이웃은 물론 국민들의 마음 또한 차갑다 못해 꽁꽁 얼어붙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