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지역에 바람이 불면 방향이 자주 바뀌는 표지판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 그것도 한 두 곳이 아니라고 한다. 명색이 전국 최고의 관광지라는 서귀포시 안내 표지판이다. 시당국의 무관심과 소홀한 관리행태를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보도에 의하면 도로 안내 표지판을 믿고 길을 나섰던 사람들이 낭패를 겪는 경우가 흔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한다. 마치 풍향계(風向計) 같은 표지판 때문이다.
실제로 기자가 솜반천 교차로를 확인한 결과, 이곳에 설치된 서귀포여자중학교 위치를 알려주는 표지판만 하더라도 엉뚱한 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표지판을 그대로 따라가면 학교와는 정반대인 중앙로터리를 향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이를 무작정 믿고 길을 찾아나서는 사람들, 특히 관광객들이 헛걸음을 치기 일쑤일 것은 불을 보듯이 뻔하다.
이와 관련 행정의 반응은 지극히 사무적으로 기대 이하였다. 사설(私設) 안내 표지판의 경우 도로점용 허가를 받은 허가권자가 직접 관리해야 한다는 것. 따라서 행정당국의 책임은 없다는 뜻이었다.
이런 이유로 잘못된 표지판 정비에 손을 놓고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서귀포시정(市政)의 한계를 드러낸 꼴이다. 어느 시민이, 어떤 관광객이 표지판을 보며 ‘사설’인지 ‘공설’인지를 가리고 따지겠는가. 법규상 그렇다 치더라도 허가권자에게 시정(是正)을 촉구하는 등의 모든 관리의 최종 책임은 서귀포시에 있다.
안내 표지판은 ‘시의 얼굴’이나 마찬가지다. 이를 업신여겨 잘못된 표지판을 그대로 두거나 일부 표지판을 가리고 있는 가로수를 방치하는 것은 시쳇말로 ‘뭣이 중한디?’를 모르는 소치일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