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업 난립-경쟁 심화-가격 파괴-경영난 파산 ‘도미노’ 우려
항공편을 이용해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 수요 감소 규모가 적지 않아 도내 호텔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발하고 있는 중국 정부가 한국행 관광객 축소, 한류를 제한하는 한한령(限韓令)을 발동하는 등 각종 악재가 겹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객실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덤핑 등의 과열경쟁까지 이뤄지면서 제주시내 중심가에 있는 일부 호텔은 영업중단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9일까지 항공편을 이용해 제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5만4271명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동기 대비 14.9% 급감한 규모다. 앞서 지난 11월에는 26.7%, 10월에는 12.4% 각각 감소하는 등 중국발 악재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이 시국에 ‘한국을 방문해야 하느냐’는 부정적인식이 깊게 자리하고 있어, 현지모객도 힘든 상황”이라며 “당일 예약 취소건도 10~20%에 달한다”고 시장 상황을 설명했다.
중국인 수요까지 겨냥해 문을 열었던 호텔업계는 “객실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덤핑 등의 과열경쟁 속에 일부 개별관광객 수요만을 기대하는 실정”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수요 감소 속에서도 중국계의 특정 업체가 상당한 수요를 가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도내 중국인 관광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시피하고 있는 H여행사인 경우 현재 운영 중인 4개 호텔 객실을 100% 채운 뒤 나머지 수요만 거래업체 등에 보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K 호텔 관계자는 “지난해 제주관광을 덮친 메르스 영향으로 매출이 크게 떨어진 뒤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며 “올해 9월 이후에는 예약률이 너무 떨어져 재정적으로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객실 판매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세금은 그대로고, 저가상품에 대한 단가 맞추기도 힘든 지경”이라며 “직원감축도 한계가 있어 연말까지만 영업을 하고 문을 닫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몇 년 사이 호텔이 부쩍 늘어난 제주시 조천읍 함덕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A호텔은 이달 들어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객실판매량이 지난 9월 대비 3분의1로 줄었고, G호텔은 중국수요가 뚝 끊긴 상황이다.
관광학계 관계자는 “호텔업체들의 난립으로 호텔 간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가격파괴가 이뤄지고, 수요도 감소하면서 문을 닫는 호텔들이 많아질 수 있다”며 “이는 제주관광 전반에 좋지 않은 이미지가 형성될 수밖에 없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11월 말 기준 도내 관광숙박업은 385개소 객실수만 2만7758개에 달한다. 관광숙박업은 관광호텔·전통호텔·가족호텔·호스텔·소형호텔·휴양콘도만을 말하는 것으로 분양형호텔 등 일반숙박업까지 더하면 1100여개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