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 유통의 혁신 ‘산지전자경매’
감귤 유통의 혁신 ‘산지전자경매’
  • 양용창
  • 승인 2016.1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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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지 입맛 따른 거래 맹점 개선
유통 경비·시간 절감 등 이점 많아

농산물 유통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리 몸에 피가 제대로 돌지 못하면 큰 병이 나는 것처럼 농산물 유통도 마찬가지다. 유통이 부실, 소비시장으로 이동되지 못한다면 아무리 좋은 상품도 소용이 없다. 유통이 원활하지 못하면 과도한 비용 등으로 생산자는 물론 소비자도 손해를 보게 된다.

따라서 외국의 유통은 ‘재래식 경매’에서 ‘소비자 시장의 주문 생산’ 방식으로 형태가 바뀌고 있다. 미국의 경우 대형 슈퍼마켓의 발달로 도매시장 기능이 약하다. 90%이상의 물량이 산지 포장센터를 통해 출하되면서 대량거래·유통경로의 단순화로 유통 효율성이 높다.

우리도 생산지에서 무턱대고 소비지로 보내는 출하형태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계속돼 왔다. 이에 제주시농협이 ‘대안’ 찾기에 나섰다. 바로 감귤산지전자경매 제도다. 감귤의 품질에 관계없이 각 소비지 공판장에서 중도매인들의 재고(在庫)와 소매지 시장의 여건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불합리한 거래 현실을 혁신하기 위함이다.

산지전자경매는 인터넷상에서 제주시농협 공판장에 소속된 출하자와 매매참가인(중도매인) 사이에 입찰경매를 통해 거래가 체결되고 상품은 공판장 반입 없이 낙찰자가 지정한 장소로 직송되는 방식이다. 산지전자경매의 가장 큰 매력은 출하자가 ‘최저가격’을 결정해 공판장 사이트에 올린 뒤 입찰자들 가운데 ‘최고가’를 낙찰자로 정한다는 것이다. 사상 처음 시도되는 ‘유통혁명’이다.

현재 감귤은 출하농협 직영 APC에서 10브릭스 이상만 선별, 팰릿 단위로 경매되고 있다. 산지전자경매는 비대면 거래이기 때문에 믿을 수 있는 감귤만을 유통시키는 등 신뢰도 확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산지전자경매는 매주 월~토요일 낮 12시~오후 3시 입찰시간에 매매참가인들이 자유롭게 사이트를 방문, 입찰하는 신개념 경매제도다. 전국에 70여개의 거래처가 있으며 100여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달에야 시작, 처리물량이 하루 평균 5t 정도로 미미하지만 매매참가인들의 재구매가 높고 가격 대비 품질이 높이 평가되면서 성공 예감이다. 시행 첫해인 올해는 6000t 거래를 예상하고 있다.

산지전자경매의 이점 가운데 첫째는 유통비 절감이다. 기존 도매시장 경락방식과 비교, 물류비·상장수수료·도매상 이윤 등 상자 당 최소 2500원을 절약할 수 있다. 특히 제주도에서 이번 사업에 ㎏당 130원을 지원하고 있다. 농가들은 새로운 유통의 경험과 보조금이라는 두 가지 혜택을 놓치면 후회할 지도 모를 일이다.

두 번째는 유통시간 절약이다. 낙찰 당일 출하농협 산지유통센터를 출발, 다음날 저녁이면 매매참가인이 원하는 장소로 보내진다. 팰릿 단위 운송인만큼 유통과정의 외부 충격을 최소화, 감귤의 신선도를 극대화할 수 있다.

세 번째는 합리적인 가격 확보다. 매일 출하되는 감귤의 가격들이 다양하고, 다수가 참가해 경매로 최고가를 결정하는 방식 덕분이다.

산지전자경매제도가 정착되려면 많은 ‘저항’이 뒤따를 것이다. 기존 도매시장과 중도·하매인들과 유통업자들의 일거리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시행착오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소비지만 의존하고, 제주도 생산 농가의 노력과는 상관없이 같은 품질의 감귤의 가격이 ‘그들의 입맛에 따라’ 다르게 거래되는 불공정 유통은 반드시 바꿔야만 할 때다.

하지만 농협의 힘만으로는 벅차다.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농가에겐 신뢰할 수 있는 상품 출하를, 매매참가인들에겐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린다. 행정기관은 지속적 지원과 농업정책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농업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지역농협의 존재의 이유이고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산지전자경매제도가 자리매김, 유통 혁신을 이뤄내며 농업인들이 생산한 감귤이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과 열정을 다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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