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신년 마무리 시점 대통령 탄핵
사실상 주체는 국회 아닌 국민
과거에도 몇 차례 ‘광장 민주주의’
200만 촛불집회 한국역사 큰 의미
권력이 국민에게 있다는 자각
참담한 현실 타파 새 대통령에 기대
2016년 병신년(丙申年)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받았다. 엄밀히 말하면 국회가 아닌 광장에 모인 국민에 의해서다. 그간 통치의 대상으로만 여겨져 왔던 국민이 ‘민주주의’라는 헌법적 가치대로 모처럼 나라의 주인으로서 권리를 행사한 것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영화 ‘변호인’에서 주인공 송강호가 법정에서 부르짖었던 말인데, 새삼스럽게 대한민국 헌법 제1조와 제2조를 되새기게 된다. 사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요즈음처럼 헌법에 대하여 관심을 가진 적은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 현대사에서 국민이 광장에 나온 것은 여러 차례 있었다. 헌법 전문에도 명시돼 있다시피,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의 두 역사적 사건이 대표적이다.
1919년 3월1일 대한제국의 국권을 강탈당했던 고종 황제의 장례식 후에 백성들은 빼앗긴 국권을 회복하려고 광장으로 나왔다. 1960년의 4·19혁명은 주권재민의 민주주의 원리를 그대로 입증한 광장 민주주의의 전형적인 사례다. 3·15부정선거와 공권력의 횡포에 대항하여 국민들이 광장으로 나왔고 결국 이승만대통령은 하야하고 외국으로 망명하게 된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1987년의 ‘6·10항쟁’이 있다. 1961년 5·16쿠데타로 정권을 잡았다가 심복에 의해 저격당하며 장기집권을 마감한 박정희 대통령에 이어 등장한 군부권력 전두환은 비상계엄령과 ‘체육관선거’를 통해 대통령이 된다. 전두환 군부정권은 계속적인 집권야욕으로 간접선거를 유지하겠다며 1987년4월13일 ‘호헌(護憲)’을 선언하고, 이로써 촉발된 전국적 국민적인 저항으로 결국 대통령 직선제 개헌 등 ‘6·29 항복 선언’을 하게 된다.
국민들이 광장으로 나오는 이유는 무엇인가? 국민들이 실제 주인으로서의 권력을 행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가 광장에서 실현된다는 것은 이른바 직접 민주주의로서, 사실 현대 정치에서 매우 예외적이다. 대부분 수많은 희생을 동반하며 국가적 비용도 매우 크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2016년 촛불광장은 그 의미를 더 하고 있으며 세계적인 이목을 끌고 있다. 특정 세력의 동원이 없이 200만명이 넘는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자발적으로 모였다.
회를 거듭할수록 불어나는 촛불집회는 그 규모뿐 아니라 분노를 평화적인 저항으로 표출하여 승리를 이루어내고 있다. 남녀노소가 모두 모이고 촛불이 등장하고, 꽃이 등장하고, 가수들이 공연을 하는 등 새로운 저항 문화를 만들어 내면서 또 하나의 한류 문화라고 얘기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촛불 광장민주주의의 힘은 대통령의 국정농단에 대한 분노에서 우연히 촉발된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권력이, 주인이 아니라 주인을 위해 봉사해야할 심부름꾼들에게 있었고 그로 인해 주인들은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최순실 게이트에서 드러나듯이 권력·재벌 등 가진 자들의 부도덕과 욕심은 끝이 없다. 불평등·불공정·부정부패와 갈수록 핍박해지는 삶 속에서 서민과 청년들은 이미 폭발하고 있다. 헬조선이라는 말은 이미 공용어가 되고 있다. OECD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자살률·노인빈곤율·노동시간·바닥권의 행복지수·사법신뢰도·언론자유지수·최악의 고용 불안과 임금 불평등·소득격차 등등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로 참담한 현실이다.
헌법 제1장 1조·2조대로 과연 우리는 민주공화국에서 주권과 권력을 가진 국민으로 살고 있을까? 우리가 그런 사회에서 살았다면 이런 참담한 수치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비로소 주인들은 깨닫고 일어섰고 심부름꾼에게 분명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주인의 뜻을 잘 헤아려라” “어려움을 덜고 희망을 가지게 해 달라” “더는 광장에 나가 민의를 외치지 않도록 해 달라” “재벌과 가진 자들의 횡포, 불평등과 불공정, 부정과 부패를 해소하고, 제대로 된 일자리를 늘려 청년과 서민들의 고통을 치유하여 달라”고 말이다. 다음 대통령에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