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하는 삶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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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수진 기자
  • 승인 2016.12.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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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이동우 임재신의 제주도 여행기 영화 ‘시소’ 개봉

혼자 살아가기도 바쁜 요즘, 우리는 누가 아프다고 하면 어떤가. 그 상처를 보듬어주기는커녕 무능력하다 비아냥거리거나 그 약점을 이용하려든다. 그래서 우리는 슬프게도 자신의 약점을 숨기고,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서로 도우며 함께 사는 ‘공생(共生)’의 의미는 이미 잊힌 지 오래다.

11일 제주에서도 다큐멘터리 영화 ‘시소(See-Saw, 감독 고희영)’가 개봉해 관객들과 처음 마주했다. 이 영화는 망막색소변성증 진단을 받고 시력을 잃은 틴틴파이브 멤버 이동우와 그에게 망막 기증 의사를 밝힌 근육병 장애인 남성 임재신 두 사람이 서로의 눈이 되어주고, 발이 되어주며 함께한 아름다운 제주도 여행기를 보여준다.

▲ 11일 서귀포 롯데시네마에서 영화 '시소' 상영이 끝난 후 고희영 감독과 이동우씨가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장애인 소재의 영화가 그러하듯 이 영화도 장애인의 삶 혹은 사회적 편견을 바꾸기 위한 내용을 전할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을 뒤집듯 오히려 우리가 잠시 잊고 지냈던 삶의 의미와 ‘함께 살아가는 삶’에 대해 메시지를 던지는 잠언집에 더 가까웠다.

‘시소’ 오프닝에 등장하는 사려니 숲 대화에서 임재신은 나무들을 보며 “어떤 나무는 기울어져 있고, 또 어떤 나무들은 꼿꼿이 자란다. 불규칙하게 있는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규칙적인데, 서로 공생하기 위한 몸부림 같다”고 말한다. 장애인이기 때문이 아니라 나무처럼 사람과 사람은 본래 돕고 도우며 살아내는 존재라는 것을 전하려는 듯 보였다.

이날 서귀포에서 열린 시사회에서는 장애인 가족들도 함께 했다. 그들은 ‘장애인 이동우’가 갖게 된 한없이 밝은 웃음에 대해 궁금했던 것 같다. 자신들도 그러한 웃음을 가질 수 있을지.

“나에게 많은 사람들이 ‘희망’이라는 단어를 붙이지만, 아직도 나는 고통에 많은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걷다가 주저앉고 싶을 때도 있어요. 슬픔이나 아픔은 그냥 백팩(가방)을 매고 다니듯 등에 짊어지고 가는 거예요. 나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어요.”

영화를 보기 전까지 대부분의 관객들은 이동우의 ‘긍정 에너지’가 언젠가 받게 될 망막기증에서부터 오는 것이라 오해를 했다. 하지만 생각과는 달리 이동우의 눈은 아직까지 현대의학으로는 이식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영화 말미에서 전해지며 관객들로부터 옅은 탄식을 자아냈다. 영화 내내 여행지 제주에서 보여준 두 장애인의 밝음은 ‘희망’ 때문이 아니라, 서로의 부족함을 함께 채워 갈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나에게 남은 5%를 주면, 저 사람이 100%가 되지 않을까”하는 마음에서 기증의사를 전했던 임재신. 그리고 그의 마음으로 눈은 잃었지만 세상을 더 잘 보게 됐다는 이동우. 그들에게 불편한 눈과 몸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이동우의 말처럼 그저 같이 살아갈 수 있으면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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