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 선원 9명중 5명 구조…어선 어제 애월항 예인

“그물에 걸린 참조기가 많아 3~40명 정도가 필요하다...” 만선의 꿈을 안고 귀항 중이던 한림선적 유자망 어선 화룡호(19t) 선장 김모씨(59)는 귀항 직전 가족에게 이 같은 목소리를 전했다. 하지만 지난 8일 오후 7시 55분경 라이베리아 국적의 상선과 충돌, 전복되는 사고로 선장 김씨는 선원 강모씨(56)와 함께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함께 타고 있던 선원 이모씨(41)와 장모씨(53)는 사고 발생 사흘이 넘도록 실종상태다.
생존 선원들은 “아무런 기척 없이 상선이 다가와 충돌했다”고 말했다. 당시 선원들은 잡아 올린 조기를 떼어내거나 어구를 정리하면서 귀항 준비에 한창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상선의 접근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화룡호는 당시 비양도 북서쪽 26㎞ 해상에서 갑자기 나타난 9만6628t급 외국 상선과 부딪히면서 전복됐다. 당시 배안에 있던 선원 9명 중 4명(선장 포함)이 실종됐고, 이후 수색과정에서 선장 김씨와 선원 강씨의 시신이 발견됐다.
선원들은 “경적 등으로 접근 상황을 미리 알려줄 수 있는데, 아무런 기척 없이 대형 상선이 배 왼쪽으로 다가와 충돌했다”고 말했다. 화룡호와 충돌한 상선의 선적은 라이베리아지만, 영국인이 소유한 ‘편의치적’ 선박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일 제주해양경비안전서는 해당선박의 선장과 선원들 등을 상대로 조사를 마무리, 선장을 업무상 과실치사 및 업무상 과실 치사상, 선박 전복죄 등의 혐의로 입건할 방침이다.
사고 직후 전복된 화룡호는 조류에 떠밀려 제주시 조천읍 해안에 좌초됐다가 11일 오전 해경에 예인선에 의해 제주시 애월항으로 예인·정박 중이다.
해경과 제주시는 12일 선박을 인양, 추가 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해경 함정과 헬기, 드론 등을 이용해 조천읍 일대 해안에 대한 실종자 수색 작업을 펼치고 있다. 이날 사고 선박의 예인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 실종자 가족들은 뒤집힌 배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한편, 해경은 “화룡호가 전복되면서 배안에 있던 조기잡이 그물도 함께 쏟아져 내렸다”면서 “사고 선박이 예인된 애월항 내에 화룡호 그물이 넓게 퍼져 있기 때문에 항구를 드나드는 어선과 상선들의 운항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