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탄핵, 새 출발 이정표로
朴 대통령 탄핵, 새 출발 이정표로
  • 제주매일
  • 승인 2016.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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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9일 오후 압도적인 표차로 결국 가결됐다. 재적의원 300명 가운데 299명이 참여한 투표 결과 찬성 234표, 반대 56표, 기권 2표, 무효 7표로 집계됐다. 당초의 예상을 뛰어넘은 이 같은 결과는 ‘촛불민심’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박 대통령 탄핵(彈劾)은 지난 2004년 3월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된데 이어 헌정 사상 두 번째다. 이를 놓고 언론은 ‘촛불의 탄핵, 국민의 승리’라고 규정하지만 그 모든 것을 떠나 국가적인 비극(悲劇)이 아닐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유는 김관영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의 탄핵소추안 제안 설명에 잘 나타나 있다. 우선 박 대통령은 국가원수이자 행정수반의 본분을 망각했다. 국민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신임을 근본적으로 저버렸다. 국정을 법치(法治)가 아니라 인치(人治)에 의하도록 방치했다.

이는 박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사인(私人)에게 공무상 비밀을 누설했고, 최순실 등의 ‘비선실세’가 각종 국가 정책과 공직인사에 관여하는 등 국정을 농단(壟斷)한 사실에서도 잘 드러난다. 국민들이 분노하고 커다란 자괴감을 느낀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압도적 표차 가결 ‘국민의 승리’

특히 이번 표결 결과는 불붙은 ‘촛불민심’이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대세(大勢)였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야 3당과 무소속 172명이 모두 찬성했다고 가정하면 새누리당 소속 의원의 절반에 가까운 62명이 탄핵에 동참했다. 비박계는 물론 친박(親朴) 성향의 상당수가 탄핵에 찬성했다는 뜻이다. 향후 새누리당 친박계의 입지가 크게 위축되고 자칫 ‘폐족(廢族)’ 위기로 몰릴 수 있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날 국회로부터 탄핵소추 의결서를 전달받은 박 대통령은 그 즉시 직무가 정지됐다. 이에 따라 헌법재판소가 탄핵 여부를 최종 결정할 때까지 청와대 관저에 머물며 대통령 신분만 유지하게 된다. 동시에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아 국정(國政)을 총괄하게 됐다.

황 대통령 권한대행의 첫 지시는 군(軍)으로 하여금 “북한이 국내 혼란을 조성하는 등 도발 가능성이 높은 만큼 비상한 자세로 임무 수행에 만전을 기하라”는 거였다. 또 전 부처 장관들에게도 흔들림 없는 국정 운영을 주문했다.

‘촛불민심’이 사실상 탄핵 주도

이제 공은 헌법재판소로 넘겨졌다. 국회의 소추(訴追) 의결서를 접수한 헌재는 최장 180일간의 심리에 착수했다. 재판관 9명 가운데 6명 이상이 탄핵에 찬성하면 박 대통령은 권좌(權座)에서 내려와야 한다.

헌정 사상 두 번째인 이번 대통령 탄핵은 사실상 ‘촛불민심’이 주도했다. ‘정치적 셈법’ 속에 우왕좌왕 오락가락하던 국회를 탄핵대열로 이끈 원동력도 바로 분노에 찬 민심(民心)이었다. 정치권은 각 정파의 이해관계에 발목이 잡혀 정치적 해법을 찾는데 실패했고, 박 대통령 또한 스스로 결단을 내리지 못해 화(禍)를 자초했다.

‘최순실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금까지 정치권은 촛불민심 쫓기에만 급급했다. 그러나 헌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상, 이제부터는 정치권이 혼미에 빠진 정국을 주도해 나가야 한다. 이번 탄핵이 정치로 풀지 못한 문제를 법치로 풀었다는 점에서도 더욱 그렇다.

“정국안정 정치권 힘 모아야”

탄핵 이후에도 ‘촛불민심’은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그 억하심정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정치권이 이에 부화뇌동해선 안 된다. 이런 점에서 황교안 총리 등 내각 총사퇴(總辭退)까지 거론하던 야권이 ‘여·야·정 국정협의체’ 구성을 전격 제의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대통령이 무참하게 무너뜨린 국격(國格)을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이 바로 ‘촛불집회’다, 때문에 우리나라를 조롱하던 외신도 평화스럽고 축제와 같은 촛불시위에서 한국과 한국인의 저력을 다시금 재확인했다. 이제 활화산 같던 그 힘을 한데 모아 대한민국이 보다 성숙한 민주주의로 가는 새로운 이정표(里程標)로 삼아야 할 것이다. 박 대통령 탄핵은 끝이 아니라 새 출발의 전기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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