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의 ‘부동산 개발업자’ 행태
한국관광공사의 ‘부동산 개발업자’ 행태
  • 제주매일
  • 승인 2016.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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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공사(KTO)가 이윤 추구에만 혈안이 돼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 중문관광단지 매각과 관련된 입장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민간기업이 불참한 가운데 제주자치도가 매입에 나서자, 근래 들어 치솟은 토지가격을 그대로 적용하는 등 매매 차익 챙기기에만 급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실 중문관광단지는 토지를 빼앗기고 정든 고향을 떠나야 했던 지역주민들의 값비싼 희생 위에 조성됐다. 이런 뼈아픈 역사를 한국관광공사가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지금과 같은 행태를 보이진 않을 것이다.

지난 1973년 2월 제주도 관광종합개발계획이 확정되면서 중문단지 개발은 본격 시작됐다. 청와대가 기획하고 국제관광공사(KTO의 전신)가 주체가 된 하향식(下向式) 개발, 즉 전형적인 국가주도형 개발사업이었다. 당시 정부는 ‘관광 입국’과 ‘외화 획득’이란 명분을 내세워 토지 수용령(收用令)까지 발동했다.

이 과정에서 숱한 지역주민이 조상 대대로 살아오던 고향을 등지고 떠나야 했다. 보상금이 쥐꼬리 수준이었지만 시절이 하 수상했던 때라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었다. 그 후 이들은 주변으로 제각기 흩어져 난민(難民)과 같은 삶을 영위해야 했다.

이런 아픔 속에 중문관광단지는 탄생했고 그 혜택은 현재 단지운영권을 쥔 한국관광공사가 독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조성 당시에도 ‘싸게 사고 비싸게 되팔아’ 이익을 추구하던 행태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개발이익의 지역환원(地域還元)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KTO는 중문단지 2단계 조성사업과 관련 모든 잔여 부지를 부영그룹 측에 일괄매각해 약 1500억원의 분양수익을 거뒀다. 하지만 지역환원 방안의 하나로 추진된 서귀포시 제2관광단지 개발 사업은 끝내 포기하고 말았다.

한국관광공사는 대표적인 국가공기업이다. 따라서 ‘부동산 개발업자’와 같은 행태를 더 이상 보여선 안 된다. 특히 현재 매각을 추진 중인 중문관광단지의 경우 제주도에 기부채납을 하거나 아니면 적정한 선에서 넘겨야 한다. 그것만이 제주도민들의 희생을 위로하고, 공기업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개발이익을 지역에 환원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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