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 말인 1271년 대몽항쟁을 기치로 내걸었던 삼별초가 진도 용장성에서 여몽연합군에 패하고 그해 5월 제주로 입도했다. 이후 항파두리토성 축성과 남해안 지역에 대한 기습, 그리고 여몽연합군과의 전투와 패배, 몽골의 직간접적인 100여년간의 제주 직할통치 등 많은 역사 이야기를 남겼다. 항파두리성을 비롯한 항몽유적들은 지난 1997년 국가사적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항몽유적지는 활용계획 미흡 등의 이유로 도민은 물론 관광객에게 차츰 잊혀져가며 발길과 관심이 줄었다. 위와 같은 상황인식을 바탕으로 우리 유적지에서는 대규모 투자없이도 가능한 다섯 가지 핵심 목표를 설정해 올해 추진하면서 나름의 성과를 냈다.
그 첫째는 유적지내 공유재산을 활용해 젊은층과 개별 관광객의 관심 유도와 방문을 이끌어내며 지금은 SNS 등을 통해 사진찍기 좋은 곳으로 소개되고 있다. 그리고 소재지 마을을 중심으로 유휴토지에 경관작물 위주의 경작을 허가해 청보리와 메밀 재배를 통해 농가소득 증대와 볼거리 제공이라는 두 가지 효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예전에 망루가 있던 곳으로 추정되는 안오름 일대의 메밀밭은 제주바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 인기 탐방코스로 자리 잡고 있다.
둘째 항파두리와 연계한 포구와 오름유적, 농촌 체험을 함께 할 수 있는 답사코스를 발굴해 매월 역사탐방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꾸준히 신청자가 늘어나 지금은 유적지를 대표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성장했다. 또 외부적인 사업추진과 함께 자체 해설서를 활용한 연찬과 문화관광해설사와의 소통 등을 통한 직원 내부역량 강화, 자체 블로그 운영 등 홍보활동도 꾸준히 전개하면서 내·외적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여러 가지 처음 시도하는 일들을 추진하는 과정에 많은 어려움도 있었다. 가보지 않은 길은 누구에게나 낯설고 두렵지만, 그 첫걸음이 자신감이 되고 더 나은 내일을 기약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거란 생각으로 하루를 맞이하고 있다. 항몽유적지가 고려말 제주역사를 대표하는 역사공원으로 거듭나 더 많은 관람객이 역사와 자연경관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제주도세계유산본부 항몽유적담당>